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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 위서론> "일제가 불태운 20만권의 진실은?"

일제의 역사왜곡을 말할 때 떠올리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일제가 우리 사서 20만권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그 출처는 1985년 조선일보에 실렸던 기사다. 

1985년 조선일보 기사

이에 대해서 환단고기 위서론자들은 '일제는 사서 20만권을 불태우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증거로 첫번째 '51종 20만권 압수와 소각'은 서희건의 <잃어버린 역사>에서 나온 말인데, 이것은 친일파였던 문정창의 <군국일본조선강점 36년>을 인용한 거라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친일파보다 더한 일제의 [조선총독부 관보]에 실린 내용을 근거로 51권의 제목을 올려놓았다. 그러나, 51종의 책은 생각하는 것처럼 고서古書도 아니고 오래된 역사책도 아니며 대부분(?) 위인전기류의 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제가 사서史書를 불태웠다는 것은 거짓말'로 확대 해석한다.  

그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서 [조선총독부 관보] 제69호 (1910년 11월 19일)에 기재되어있는 51종의 목록을 살펴보자. 

1. 初等大韓歷史(國文,漢文) (초등 대한역사/ 정인호 편집 장세기 교열 / 1908년 발간 / 단군에서 조선까지 간략하게 기술한 개설서. 배일, 애국사상 고취 
2. 普通敎科東國歷史 (보통교과 동국역사) / 현채(玄采) 지음 / 대한제국 학부에서 1899년에 펴낸 중학교 교과서로 8권 3책으로 되어있다.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부터 기술하고 있다. 
3. 新訂東國歷史 (신정 동국역사) / 유근(1861∼1921) & 원영의(元泳義) 1906년에 지은 역사책 
4. 大東歷史略 (대동역사략) / 국민교육회 / 대한제국의 교과서. 1906년 간행. / 단군조선, 기자조선, 마한, 신라 등의 역사를 소략하게 기술. 
5. 大韓新地誌 (대한신지지) / 장지연(시일야방성대곡의 그 장지연) / 1906년 지리교과서로 만듦 / 우리나라의 자연지리와 풍속, 물산 등 인문지리를 다룸 
6. 大韓地誌 (대한지지) / 현채(玄采) / 1899년 교과서로 편찬 / 총론과 13도편으로 대한전도와 각도의 지도를 붙인 뒤 각 지역을 설명함 
7. 最新高等大韓地誌 (최신 고등 대한지지) / 정인호(鄭寅琥) / 1909년 교과서로 편 /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하고 있음  
8. 問答大韓新地誌 (문답 대한신지지) / 노익형(박문서관 주인, 국채보상운동 등을 한 사람) 
9. 最新初等大韓地誌 (최신 대한 초등지지) / 정인호 
10. 最新初等小學 (최신 초등소학) / 정인호 
11. 高等小學讀本 (고등 소학독본) / 장지연 
12. 국문과본 / 원영의 
13. 初等小學 (초등 소학) / 국민교육회(國民敎育會) / 1906년 교과서로 편찬 
14. 國民小學讀本 (국민 소학독본) / 대한제국 학부에서 1895년 교과서로 편찬 / 자연현상과 이치, 세계 주요 도시 문명화 파악, 중상주의 등 기술 
15. 小學漢文讀本 (소학 한문독본) / 원영의 
16. 녀자독본 (자는 아래아) / 장지연 / 1908년 / 여성용 교과서  
17. 婦幼讀習 (부유독습-조선총독부 관보에는 婦女讀習이라고 잘못 나와있다) / 강화석(姜華錫) / 1908년 교과서로 편찬 
18. 高等小學修身書 (고등 소학 수신서) / 휘문의숙 편집부 / 1907년 교과서로 편찬 
19. 初等倫理學敎科書 (초등 윤리학 교과서) / 안종화(安鍾和) / 1907년 교과서로 편찬 
20. 中等修身敎科書 (중등 수신 교과서) / 휘문의숙편집부 / 1908년 교과서로 편찬 
21. 初等小學修身書 (초등 소학 수신서) / 유근(柳瑾:언론인) 
22. 獨習日語正則 (독습 일어 정칙) / 정운하(鄭雲复:독립운동가) / 1907년 
23. 精選日語大海 (정선 일어 대해) / 박중화(朴重華:교육가, 보성중학교 교장) / 1909년 
24. 實地應用作文法 (실지 응용 작문법) / 최재학(崔在學:평양 유생, 애국지사) / 1909년 
25. 飮氷室文集 (음빙실문집) / 양계초(청나라 사상가. 1873-1929) / 1899년 독립신문과 황성신문에서 [애국론]을 소개한 후 1905년부터 양계초 붐이 일어날 정도로 유명했음. 
26. 國家思想學 (국가사상학) / 정인호(鄭寅琥:최초 발명특허권자, 최초 저작권 분쟁을 일으킨 사람이기도 하다) 
27. 民族競爭論 (민족경쟁론) / 양계초(청나라 사상가) 지음 유호식(劉鎬植) 번역 
28. 國家學綱領 (국가학강령) / Johannes Bluntschli(독일)의 학설을 안종화(安鍾和)가 번역 / 1907년 
29. 飮氷室自由書 (음빙실자유서) / 양계초(청나라 사상가) 
30. 準備時代 (준비시대) / 천도교 중앙총부 / 1905년 / 천도교 해설서 
31. 國民須知 (국민수지) / 김우식(金宇植) / 1906년 / 대한제국 시절 가장 널리 퍼진 국민계몽서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32. 國民自由進步論 (국민자유진보론) / 유호식(劉鎬植) 번역  
33. 世界三怪物 (세계삼괴물) / 사밀가덕(斯密哥德) 지음([사밀가덕]이라는 이름은 일본 이름이 아니다. 중국에서 유럽어를 가차한 것인데 [사밀]은 스미스, [가덕]은 골드의 가차다. 풀 네임은 사밀가덕문(斯密哥德文). 영국 출신의 교육자이자 역사가 스미스 골드윈(1823∼1910). 중문번역본에서 중역한 것으로 추측한다.) 변영만(수주 변영로의 형) 번역 / 1908년 / 변영만이 19세에 번역한 얇은 소책자로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다룬 글이다. 3괴물이란 금권정치, 군국주의, 제국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세마리 괴물이 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책자다. 책의 서문은 변영만의 절친한 친구였던 신채호가 썼다. 변영만은 1924년 최남선이 사장으로 설립한 [시대일보]에 논설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34. 二十世紀大慘劇帝國主義 (20세기 대참극 제국주의) / 변영만 / 1908년  
35. 强者의 權利競爭 (강자의 권리경쟁) / 유문상(劉文相:국채보상운동의 주역) 번역 / 일본책 『強者の権利の競争(1893)』을 번역한 것인데 이 책은 진화론을 통해 천부인권설, 이상주의 관념존 종교적 세계관 등을 소개하고 있음 
36. 大家論集 (대가론집) / 유문상(劉文相) 번역 
37. 靑年立志編 (청년입지편) / 유문상(劉文相) 번역 
38. 男女平權論 (남녀평권론) / 최학조(崔鶴詔) / 1908년 / 남녀평등 사상을 다룬 책 
39. 片片奇談警世歌 (편편기담 경세가) / 홍종온(洪鍾穩) / 대한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아전에게 골탕먹는 지방 수령 이야기 등등이 들어있었다. 
40. 쇼아교육 (아의 ㅏ는 아래아) / 임경재(林景宰 : 휘문고 교장, 조선어학회 창설멤버) 
41. 愛國精神 (애국정신) / 이채병(李採丙) / 아래 책의 한문본. 
42. 애국졍신담 (애의 ㅏ는 아래아) / 이채병(李採丙) / 1908년 / 애국단체 서우학회(西友學會)의 기관지 서우(西友 : 1906.12-1908.1 박은식이 주필이었음)에 연재되었던 글모음  
43. 夢見諸葛亮 (몽견제갈량) / 유원표(劉元杓 : 해직군인) / 1908년 / 꿈에 제갈량을 만났다는 뜻으로 사회비판과 계몽주의를 논하고 있다. 
44. 乙支文德 (을지문덕-漢文) / 신채호 / 1908년  
45. 을지문덕 (국문) / 신채호 / 1908년 
46. 伊太利建國三傑傳 (이태리 건국 삼걸전) / 양계초 지음 신채호 번역 / 1902 / 이탈리아 건국의 세 주역에 대한 이야기. 양계초는 이무렵 가장 인기있는 사상가여서 이 책은 무려 4종의 번역물이 있었다.  
47. 噶蘇士傳 (갈소사전) / 양계초 지음 이보상(李輔相) 번역 / 원제는 [흉가리 애국자 갈소사 전]이다. 헝가리의 애국자 헤수스에 대한 이야기. 
48. 華盛頓傳 (화성돈전) / 이해조(李海朝) 번역 / 1908년 /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전기다.  
49. 波蘭末年戰史 (파란 말년 전사) / 작자불명 / 폴란드 왕국 말년의 독립전쟁을 다룬 것으로 1905년에 대한매일신보에 연재되었다. 
50. 美國獨立史 (미국독립사) / 현은(玄隱) / 1899년  
51. 埃及近世史 (애급 근세사) / 장지연 번역 / 1905년 / 이집트의 근세사를 기술함. 서문을 박은식이 썼다.


이러한 51권을 종류에 따라 분류해보면, 사상서(17권) 초중고등 교과서(10권) 지리서(5권) 위인전(5권) 역사(4권) 세계사(3권) 일어(2권) 윤리, 한문 등이다. 시대별로는 1895년에 펴낸 <국민소학독본>이 가장 오래된 책으로써, 대부분 대한제국시대에 나온 책이다. 이제 하나씩 팩트체크를 해보자. 


Q. 조선일보 기사는 친일파였던 문정창의 <군국일본조선강점 36년>을 인용한 거라서 믿을 수 없다?  
A. 그렇다면 일제의 <총독부 관보>는 철썩같이 믿을 수 있다는 뜻인가?

Q. 일제는 왜 51권을 금서로 지정했는가?
A. <조선총독부> 고시는 1910년의 관보로써 식민화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기초적인 불온서적을 금지한 것으로 보인다. 

Q. 불온서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A. 일제가 조선을 (영구히) 지배하려면 그들의 역사와 혼을 심어야 한다. 그에 방해되는 것이 불온서적이다. 따라서, 국어, 국사, 사상서 등이 불온서적이었다. 특히 대한제국때까지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닌 역사로 가르쳤다. 단군조선의 역사가 쓰여진 교과서나 역사서는 첫번째 타겟이었다.

Q. 그런데, 누군가는 '대부분이 위인 전기류' 같은 일반 서적이라고 한다. 
A. 위인전은 소수에 불과하다. 의도를 갖고 말한 것이다. 또 제목만 보면 소설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세를 물리치고 국가를 일으킨 역사 이야기다. 

Q. 일제는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서 우리 사서 20만권을 압수하고 소각했는가?  
A.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상시 선생이 근거의 하나로 댄 1910년의 <조선총독부 관보>만을 보면 아니다. 

Q. 그렇다면 일제가 우리 사서를 약탈하거나 소각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A. 아니다. 했다. 그것도 끊임없이 집요하게 했다.  

Q. 어쨌든 조선총독부에서 고대 사서를 불태운 건 거짓말 아닌가? 
A. 일제가 고대사서를 어느정도로 압수하거나 불태웠는지 알기위해서는 첫번째 <조선총독부> 관보뿐만 아니라 다른 자료들을 찾아봐야하고, 두번째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기록을 봐야하며, 세번째 당시 시대 상황을 알아야 한다. 

 

우선, 조선에서 머물렀던 미국인 기자의 증언이다. 

"한국의 역사는 절대로 엄금이다. 합병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일본인은 즉시 한국의 국사란 국사는 전부 압수하여 불태워버렸다. (생략) 한국의 문화를 한자 한 획이라도 기록한 문자는 철저히 수색하여 폐기시켜 버렸다. 그리고 이런 문자는 가지고만 있어도 그 소유자는 감옥에 수감됨을 면치 못하였다.  (생략) 한국 국사는 가지고만 있어도 범죄가 된다. 나도 달포 전에 자기 조국의 역사를 본 죄로 구타를 당한후 15일 이상 30일 이하의 구류를 당한 한국인을 목격하였다."

- 나다니엘 페퍼Nathaniel Peffer(1890~1964) 「독립운동의 진상」 국사박멸책에서

 

<한국 독립운동의 진상> 나다니엘 페퍼Nathaniel Peffer 저 / 김여제 번역

이것만 봐도 위서론자들이 말하는 '20만권 사서 분서 사건은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그보다 더 집요하고 악랄한 역사말살이 끊임없이 조직적으로 있었다.

 

일제의 역사말살 관련 자료

● 1923년 부터 1937년까지 15년동안 차입한 사료는 모두 4천 9백 50종 <조선사편수회 사업개요>(1938)

● "일본 궁내청 쇼료부(書陵部)에 한국 도서가 얼마나 있는지 진짜 규모는 아무도 모릅니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이번 판결문에서 드러난 오노 외무성 과장의 진술은 '한국에게 숨겨온 도서 목록이 따로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실토한 것이니 큰 의미가 있지요." - 박상국(68·사진)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조선일보 2014. 7. 30 기사)

● "태종 왕조실록 12년 조에 열기된 신비집神秘集 고조선비사古朝鮮秘詞 대변설大辯說 조대기朝代記..표훈천사表訓天詞 삼성밀기三聖密記 안함로 원동중 삼성기 安含老 元董仲 三聖記.. 등의 서적들이 왕씨 고려시대에 서운관을 중심으로 하여 많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서적들이 고려시대로부터 이조 초까지 구전되어 내려오는 단군고기檀君古記에 연유하여 도가(道家-선가仙家)에 의하여 저술되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이마니시 류今西龍 <朝鮮古史の硏究>의 <단군고檀君考>

● 日유출 한국고서 5만권 목록 만든 후지모토 교수

후지모토 유키오 도야마대 교수

11∼19세기 일본으로 유출된 고려와 조선의 고서 5만 권의 목록을 60대 일본 학자가 35년에 걸친 추적과 조사 끝에 집대성했다. 조선 서지학(書誌學)의 권위자인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65·사진) 도야마(富山)대 교수는 그 성과물인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 1권을 지난달 말 발간했다."

● 1923년 7월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찬위원회 구로이타 고문이 대마도에 사료 탐방하여, 한국과 관계가 있는 고문서류 6만 6천 469매, 고기록류 3천 576책, 고지도 34매 등을 은폐 또는 분서(焚書)했다. - <역사와 현대> - 일본 사학자 하라타사카에루 (1981년)

● "조선의 고서는 다 가져왔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것들은 조선에는 없는 것들이다" - 일본 왕실도서관에서 12년간 근무했던 박창화 선생이 일본인 동료에게 들은 내용 

우리 사서에 대한 약탈, 분서, 말살의 증거는 이외에도 많다. '침소붕대' 위서론자들이 잘 쓰는 기법이다.  '20만권의 사서 분서는 (총독부 관보에 따르면) 없었다'가 '일제에 의한 역사강탈은 없었다'로 이어지고 '일제는 우리 역사를 왜곡하지 않았다'는 황망한 결론으로 끝난다. 

그리고 다시 일관되게 민족주의적인 역사관에 대한 공격과 왜곡, 부정이 이어진다. 이런 것으로 보면 그들은 역사의 진실을 찾는 학자들이 아니라, 자신들과 다른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는 '역사 마피아'라고 보여질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찾아야할 역사가 무엇인지,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르는 채 망각의 강은 흘러간다. 그때, 그들이 원했던 것처럼. 

박덕규  dgdrag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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