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K-history 해외탐방
일본인들의 의인, 이수현 군의 22주기를 추모하며

철도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숭고한 희생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 개찰구 지나 정면에 추모문


지난 18일부터 이곳 일본 도쿄에서는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 장영식)가 주최하는 제24차 세계대표자회의가 성대히 열리고 있다.

본 기자는 일본 도쿄에는 처음이었고 도쿄에 간다면 꼭 들르고 싶은 한 곳이 있었다. 그래서 19일 오늘, 이틀째 행사를 마치고 오후 6시가 되어 숙소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신오쿠보 역을 향했다. 

 

이곳에는 지난 2001년 1월 26일, 이른 아침시간에 전철을 타려고 기다리던 일본인이 철로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를 구하고자 바로 몸을 던졌던 청년 이수현 군의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을 접하게 되는 사고의 현장이 있는 곳이다. 

 

올해로 벌써 22년이 지나갔지만 여지껏 단 한 번도 이곳을 다녀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꼭 현장을 들러 의인의 명예로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싶었기에 조금은 늦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저녁 퇴근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현장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예전 언론 기사를 참고하며 그곳 역 부근의 상인들에게 물어도 보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을 찾다가 어느 지나가는 중년의 신사분에게 이수현 군과 관련한 사고 내용을 아는지 물어보았고 그 사건과 장소를 알고 있다며 나를 그곳으로 인도해 주었다. 

 

그 사건 이후 일본과 한인회는 이 군의 의로운 행동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역 개찰구를 지나 승차장으로 오르는 양쪽 계단의 입구에 당시 내용을 기록한 추모 비문을 새긴 동판을 벽면에 붙여놓았다. 

기자는 동판을 보며 잠시 기도를 하고 바로 사고 현장으로 추정되는 승차장으로 향했다. 듣기로는 당시 이곳에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서 있는 장소에는 보호칸막이가 없었다고 하는 데 오늘 방문 시에는 함부로 철로로 못 나가도록 보호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당시의 상황과 이수현 군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여 30분 이상을 기다리며 내용을 알만한 나이의 장년분에게 내용을 물어보았지만 아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많은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아니 일본이 당시의 의로운 행동을 한 이 군을 잊지 말자며 추모비문까지 써 벽면에 붙여 놓았지만 그러한 사실은 시간이 흐름과 함께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도쿄에서의 초행길이라 시간을 늦출 수가 없어 그곳에서 10여 분을 머물다 묵례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최근 일본에서 만든 ‘히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에니메이션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을 다시금 새기고 그 당시 아픔을 함께 나누자는 이유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오늘 이 영화가 다시금 머리 속을 멤도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오늘의 일본인들은 아주 바빴고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지난 과거는 잊고 싶은 모양인지도 모르겠다. 
 

차보람 기자  carboram@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차보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