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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 하이쿠를 만나다[1]


                                                                     
                                                                          오정애

새로운 도전은 늘 마음이 설레게 한다. 8년간의 일본 동경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나는 일본어를 잊지 않기 위해서 일본인들과 함께 하는 여러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갔다. 일본 주재원들이 모이는 친목 모임이나 한일세미나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어느덧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면서 나의 삶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은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시간과 돈이 드는 학생신분이다. 정작 일본에 있을 때는 일본 여행도 별로 하지 못했다. 학점을 취득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나름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했지만 정작 귀국해 보니 친한 일본인 친구도 없고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간 모임이 서울 <하카타카이(博多会)>였다. 하카타는 일본 큐슈(九州)에 있는 후쿠오카(福岡)의 예전 명칭이다. 30대 중반이었던 나는 겨우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으로서 참가했다. 멤버들은 연세가 있는 중년의 일본인 주재원들이었다. 동경말에 익숙해 있던 터라 도무지 지방의 사투리와 빠른 어투의 일본어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초긴장 상태인 내게 옆에 앉은 일본인 은행원이 “일본에 8년이나 있었는데 일본어를 잘 못하네요” 라고 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나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카타 사람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말투가 직설적인 편이다. 동경하고 달리 정도 많고 돌려서 말하는 타입이 아니다. 몇 달 후 우연히 그를 한국인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그가 자신 있게 한국말로 얘기하고 있었다. 마침 그도 8년간의 한국 주재원 생활을 했었고 한국말은 유창했지만 발음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묘한 자존심이 발동하며 그에게 “8년이나 한국에 있었는데 한국말 발음이 이상하네요.”라고 말해 버렸다. 순간 아차 싶었다. 귀국할 때까지 그는 내게 모임에서 만나도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하이쿠는 5ㆍ7ㆍ5의 3구(句) 17자(字)로 된 일본 특유의 단시(短詩)를 말한다.

한편 하카타 모임에서 만날 때마다 하이쿠(俳句)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일본인 주재원의 권유로 서울 하이쿠 모임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나갔다. 하카타와 하이쿠는 이름이 비슷해서 혼동이 있을 수 있는데, 하카타는 지역 이름이고 하이쿠는 5/7/5 운율로 짓는 17자의 정형시이다. 

일본에서는 석사, 박사과정에서 언어학을 전공했다. 평소 부족하다고 느낀 일본 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기대감에 나갔건만 일본어로 하이쿠를 만드는 일은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아주 어려웠다. 일본어로 5/7/5로 만든 17자 안에는 반드시 계절어를 넣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계절이 여름이라면 ‘맥주’라든가 ‘가지’ 등 여름을 나타내는 단어를 넣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하이쿠에서는 일본어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어서 비참한 기분이었다.


 

최유정 기자  susan1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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