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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 하이쿠를 만나다[2]


                                                                     
                                                                            오정애

그만둘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마다, 하이쿠 선배가 “꾸준히 하면 힘이 된다”라고 말하면서 격려해 주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17글자로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계절어가 두 개 이상이 되어도 안 되고, 계절어가 없어도 안 된다. 하이쿠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만들어야한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하이쿠 중에 기억나는 하나를 소개해본다.

무엇보다도 서울의 봄이라면 개나리부터

5/7/5로 리듬을 따라 나열하여 17글자에 계절어까지 넣었으니 완벽한 형식이었다. 거기다가 알기 쉽고 나름 운율까지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얼마나 멋진 하이쿠인가 하고 감탄했다. 그런데 계절어가 ‘봄’, ‘개나리’ 두 개라고 지적을 받았다. 봄의 주인공은 둘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국 정형시를 기준으로 만들었더니, 하이쿠는 전혀 다른 형식이었나 보다. 

한국의 유명한 시인인 류시화씨가 하이쿠에 대해서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하이쿠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한 적이 있다. 절제의 미학, 그러니까 생략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생략한다는 것이다. 언어의 유희로 퍼즐을 맞추어 가는 기분으로 만든다.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 네 명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해 본다.

 

정적에 싸인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소리여(마츠오 바쇼)
유채꽃 이여 달님은 동쪽으로 해는 서쪽에(요사 부손)
새끼 참새야 거기 비켜라 비켜 말이 가신다(고바야시 잇사)
가 볼 적마다 눈이 쌓인 정도를 물어보기도(마사오카 시키)

 

하이쿠는 자연에 관심을 기울여 잘 관찰하고 느낀 것을 표현하지만, 최근에는 주변의 일상생활에서 계절감이 느껴지는 장면을 포착하여 만들기도 한다. 하이쿠는 만드는 자세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고 중복되는 의미를 최소한의 문자로 생략하며 5/7/5라는 리듬을 중요시한다. 

하이쿠는 5ㆍ7ㆍ5의 3구(句) 17자(字)로 된 일본 특유의 단시(短詩)를 말한다


 

최유정 기자  susan1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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