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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에 빼앗긴 대한의 천문학(3)천문학의 침체와 중국 역법의 수입

■ 세계 최고(最高)의 천문학과 천문의기

 

가. 천문학의 침체와 중국 역법의 수입

그러나 우리의 천문학은 통일시대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중국의 역법을 빌려다 쓴 것이다. 고려는 원의 수시력(授時曆)을 사용하였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명나라의 대통력(大統曆)을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천문학은 급격히 쇠퇴한 것일까? 이는 동양의 우주론에 기인한다. 동양에서 천문학은 제왕지학(帝王之學)으로, 정치·사회·사상 면에서 매우 중요시되었던 분야이다. 특히 동양의 우주론에서는 상제(上帝, 하나님)가 우주의 중심에서 하늘과 땅을 중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상제의 천명을 받아 지상을 통치하는 황제에겐 정확한 역법(曆法)을 보급할 신성한 의무가 있었다. 새로운 역법을 선포하는 것은 황제가 권위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었다. 이 때문에 힘의 논리에 의해 황제국으로 자칭하던 중국 이외에는 새로운 역법을 제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삼국통일전쟁 이후 중국에 사대를 하던 우리나라로서는 스스로 천문학과 역법을 발전시킬 수 없었으며, 황제국을 자처하는 중국으로부터 역법을 받아와서 각 나라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해야만 했다.

나. 세종대왕이 천문학을 발전시킨 이유

하지만 이것은 중국의 위치에서 계산된 것이어서 위도와 경도 차이에서 빚어지는 여러 가지 오차를 피할 수가 없었으며, 또 그 자체도 많은 오류를 안고 있었다. 사실 삼국시대 이후 우리나라 조정은 중국의 역법을 우리나라의 경위도에 맞추어 사용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행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법 자체가 배우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중국에서도 역법은 권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었으므로 역법을 연구하고 역서를 제작하며 반포하는 일은 황제의 고유한 임무라고 여겨 함부로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세종 14년(1432년), 임금은 지금까지 사용해 온 중국의 모든 천문학 이론을 정리하고 개선하여 우리나라에 맞는 천문·역법과 천문의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이순지(李純之, 1406~1465)와 정인지(鄭麟趾, 1396~1478)를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을 대거 투입하여 10년 만인 1442년 『칠성산 내외편』을 완성하였다.

또한 이순지는 요즘의 천문관측대 역할을 하는 간의대-천문을 관측하여 별의 운행과 변화를 기록하고 그 원리를 파악하던 곳–에서 장영실, 이천 등과 머리를 맞대고 간의(簡儀), 규표(圭表), 앙부일구, 보루각, 흠경각, 서책 인쇄를 위한 주자(鑄字) 등을 제작했다.

“제왕의 정치는 때를 조화하게 하고, 날을 바르게 하는 것보다 중함이 없고, … 역대의 성신(聖神)들이 하늘에 순응하여 나와서 다스리되, 여기에 삼가지 않음이 없었다.”(帝王之政, 莫重於協時正日, … 是故歷代聖神, 順天出治, 莫不致謹於斯。)_『조선왕조실록』 세종 65권, 16년 7월 1일(병자)

 

 

■ 앙부일구의 제작과 변천과정

 

가. 자격루(自擊漏)

자격루

자격루는 인형이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자동시보장치’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장영실과 김빈이 만든 자격루는 구슬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기계장치를 작동시키는 점은 중국 원나라의 시계 장치와 아랍의 물시계 장치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자격루는 단순한 모방이 아닌 탁월한 영적 감각으로 만든 것이었다. 차오른 물이 구슬을 움직이는 방식이 아랍의 그것과는 달리, 살대를 사용해 직접적이고 직선적이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특수성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바꿔 쓸 수 있는 구슬 선반을 사용한 것도 동아시아의 가변적인 시간 측정에 더 적합했다.

나. 혼천의(渾天儀)

혼천의

혼의 또는 선기옥형(璿璣玉衡)이라고도 불리는 일종의 천체측정기로 일찍부터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천체관측에 있어서 기본적인 측정용 기기로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최초의 혼천의는 세종 14년(1432년)에 시작된 천문기기 및 계시기구의 제작 사업의 일환으로 세종 15년에 만들었다.

다. 간의(簡儀)

세종대왕은 자주적인 역법을 편찬하기 위해 역법을 연구하고 천체를 관측하는 등 정확한 시간

간의

을 측정하기 위해 국립 천문대인 간의대(簡儀臺)와 천문의기, 그리고 계시의기(計時儀器)들을 만들게 하였다.

세종 14년(1432년), 천체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목(木)간의’를 시험 제작하여 한양(서울)의 북극고도(위도)를 측정하였다. 이후 청동으로 제작하여 간의대(簡儀臺) 위에 설치하였다. 간의(簡儀)는 1276년 중국 원나라의 천문학자 곽수경(郭守敬)이 처음 만든 천문의기로써 오늘날의 천문관측기기와 같이 적도의(赤道儀) 형태의 기기이며 행성과 별의 위치인 적경과 적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간의는 고도와 방위측정, 낮과 밤의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천문관측기기라고 할 수 있다.

다. 앙부일구(仰釜日晷)

세계 최고의 달력 겸용 해시계이자 공중시계로 알려진 앙부일구는 1985년 8월 9일, 보물 제845호로 지정되었다. 1434년(세종 16) 장영실이 처음 만든 앙부일구는 종로 혜정교(惠政橋)과 종묘 남가(南街)에 각각 쌓은 석대 위에 설치하여 한국 최초의 공중시계 역할을 하였으며 일본에 전해지기도 했다.

앙부일구는 시간과 절기를 동시에 알 수 있게 한 것으로 반구형(半球型)의 대접 모양에 네 발이 달려 있는데, 동지에서 하지에 이르는 24절기를 13선의 계절선(季節線:緯線)으로 나타내고, 이에 수직으로 7개의 시각선(時刻線:子午線)을 그었다.

앙부일구 (창덕궁. 보물 제845호)

동쪽에서 뜬 해가 서쪽으로 질 때 생기는 그림자가 시각선에 비추어 시간을 알 수 있고, 연중 해의 고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계절선에 비추는 그림자 길이를 보고 절기를 확인할 수 있다. 시표(時標)는 북극을 향해 비스듬히 세워졌는데, 선과 글은 은상감(銀象嵌)으로 새겨, 그 모습이 우아하다.

임진왜란 등을 거치면서 당시에 제작했던 앙구일부는 모두 소실되었는데, 17, 18세기에 이르러 세종시대의 앙부일구가 다시 복구되었다. 그리고 휴대용으로 소규모의 앙부일구도 다수 제작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앙부일구는 모두 17, 18세기 이후에 제작한 것들이다.

 

라. 신법지평일구(新法地平日晷)

신법지평일구(新法地平日晷)

인조시대에 들어서는 새로운 형식의 해시계도 나타났는데, 시헌역법에 따라 제작한 신법지평일구이다. 이 신법지평일구의 구조는 앙부일구의 오목한 시반면을 평면 위에 전개하여 펼쳐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이 평면해시계는 서양식 해시계의 전통과 우리의 전통적인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결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조 9년에는 서양 천문학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평면해시계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간평일구와 혼개일구가 있고 19세기 후반에 강윤과 강건에 의해서 서양 천문학의 영향을 받은 평면해시계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마. 강윤의 해시계, 일구(日晷)

세계 최고의 해시계로 평가받고 있는 강윤의 휴대용 해시계(고종 18년, 1881년)는 고종황제의 집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강윤(姜潤, 1830년~1898년)은 동생 강건과 19세기 말 여러 해시계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한제국 표준시에 맞춰 제작한 평면일구(平面日晷)로 시반(時盤)은 반원(半圓)의 주시각(晝時刻)으로 되어 있고, 시각마다 초정(初正)이 찍혀 있는 삼각동표(三角銅表)로 시표(時標)의 남쪽에는 24방위가 작은 원에 새겨 있고, “북극고(北極高) 37도 39분 15초”라고 한 양의(兩儀) ·북극고도를 전자체(篆字體)로 새겨 놓았다.

이 평면일구는 휴대용으로도 제작하였으며 접을 수 있는 삼각시표(三角時表)와 자석이 달려 있다.

세종 때에 정확성과 과학성 예술성이 뛰어난 해시계를 만들고 연구한 장영실과 이를 이어 조선말기와 대한제국 당시 대한제국 표준시에 의해 만들어진 강윤의 ‘상아제 소형 휴대용 앙부일구’야 말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계인 것이다.

[ 글 : STB상생방송 구성작가 김덕기 ]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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