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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 - 장수(长寿)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중편)

장수동물의 비밀

 ‘장수비결을 찾는 길은 장수동물에서 찾아보자’는 취지 아래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13년 칼리코를 설립하면서 장수동물이 늙지 않는 비결을 밝혀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구글의 장수연구 자회사인 칼리코는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노화 방지, 질병 퇴치를 통한 생명 연장이 목표다. 이미 보유한 100만 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와 700만개 이상의 가계도를 활용해 유전자 패턴을 분석하여 난치병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알파벳이라는 모기업을 만들고 그 아래에 구글, 칼리코, 딥마인드, 벤처스와 같은 기업을 거느리는 구조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알파벳의 자회사 중 가장 베일에 가려진 기업은 구글 칼리코(Calico)로 칼리코는 ‘캘리포니아 생명 기업(California Life Company)의 약자로 구글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인간 노화의 원인을 밝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에 설립한 회사다. 사진첨부=https://aedi.tistory.com/949 화면 캡쳐

칼리코의 로셀 버펜스타인 박사 연구진은 이를 위해 지난 30년간 벌거숭이두더지쥐 3000여 마리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일생을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실험실 쥐는 기껏해야 4년을 사는데 비슷한 몸집을 가진 벌거숭이두더쥐 수명은 30년을 훌쩍 넘어서는 장수 비결을 찾는 게 과제였다.

분석한 데이터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 결과 생후 6개월이 지난 성인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하루 사망 위험률이 1만 마리 당 1마리 꼴 수준에서 평생에 걸쳐 일정하게 유지된 것이다. 평생 사망률에 변함이 없다는 건 사실상 '불로장생'한다는 이야기다.

버펜스타인 박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에 대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아는 포유류의 생물학적 법칙에 모두 위배된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손상된 DNA를 빠르게 회복시켜주고 다른 단백질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샤프롱' 단백질 수준이 다른 동물과 비교해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화를 유발하는 각종 단백질 손상을 수시로 바로잡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유전체를 분석하면 인간 장수에 대한 유전적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덩치는 작지만 같은 몸집의 동물보다 오래 사는 장수동물에는 박쥐가 있다. 박쥐 유전변이를 분석해 인간 수명과 질병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두더지나 박쥐와 달리 덩치가 큰 장수동물에 대한 유전체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 몸집이 크고 세포수가 많으면 세포가 분열할 때 DNA 돌연변이가 발생하기 쉬워 질병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덩치가 큰 동물이 가지고 있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오래 사는 동물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코끼리다. 육상에서 가장 장수하는 동물은 코끼리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로는 평균 수명이 60~70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지역의 자연에서 살아가는 코끼리들은 80세가 평균 수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람 수명과 비슷한 코끼리가 장수하는 원인은 코끼리는 사람보다 세포수가 100배나 더 많은데도 암 발생률은 5% 미만인 것도 주요 원인이다. 사람의 암 발생률이 33~50%인 것을 감안하면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암에 강한 코끼리에서 '항암 유전자'를 찾으려는 시도가 활기를 띠고 있는 이유다. 일종의 '암 세포 킬러'인 코끼리 유전자를 연구하면 인간 암 정복과 인간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코끼리보다 더 오래 사는 세계 최장수 척추동물은 북극 바다 그린란드상어다. 2016년 존 스펜슨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그린란드상어 수명이 400년이 넘는다는 사실을 처음 발표했다. 그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졌던 북극 고래 평균 수명 211년을 능가하는 연구 결과였다.

이후 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 장수 비결에 '온도'와 '대사 속도'에서 찾았다. 수온이 낮은 북극 바다에서 살다 보니 신진대사가 느리게 진행돼 수명이 늘어났다고 추정한 것이다. 실제로 그린란드 상어는 한 해 1cm씩 더디게 자란다.


실리콘밸리도 장수혁명 열풍이

자율주행차, 비행택시,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쏟아지는 실리콘밸리에서 최신 혁신 열기가 가장 뜨거운 또 다른 분야가 바로 생명 연장을 위한 장수연구다. 평균수명 100세를 의미하는 호모헌드레드 시대를 열기 위해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 장수혁명 초점은 질병을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 치료에 나서는 것이다.

병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들이 그때부터 병의 근원을 찾고 치료에 들어가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온몸에 퍼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암은 4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1%에 불과하고, 3기는 5~14%, 2기는 약 30%의 생존율을 보인다. 또 노령화에 따른 대표적 퇴행성 질환을 조기 진단해 치료에 나서는 것도 생명 연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

노령화에 대표적인 질병은 파킨슨병인데 '호모헌드레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질병으로 꼽힌다. 뇌 질환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노인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만성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로 알츠하이머, 뇌졸증과 함께 3대 고령 질환이다. 발병 5년 이내 사망률이 28%에 달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미루다 질환이 진전된 후 60·70대가 돼야 병원에 가 치료가 불가능한 사례가 많다.

파킨슨병과 같은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해야 건강한 100세 시대가 가능해진다. 파킨슨병이 호모헌드레드 시대 키워드가 된 것은 뇌신경 질환은 암 등 다른 질병과 다르게 한 번 퇴행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 이상 퇴행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115세냐? 150세냐?

'인간 수명은 115세가 한계다. 아니다,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다.' 2016년 10월 학술지 '네이처'에 올라온 한 편의 논문이 인간 수명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미국 앨버트아인슈타인의대 연구진이 발표한 '인간 수명의 한계에 대한 증거' 논문에 따르면 인간 최대 수명은 114.9세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유전자에 입력된 수명의 한계(114.9세)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연구진이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의 수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고령 사망자 나이는 1970~1990년대 초 매년 0.15세씩 증가하다가 1990년대 중반 들어 114.9세를 정점으로 상승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틸버그대 연구진도 지난 30년간 자연사한 7만5000명의 네덜란드인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인간 최대 수명은 여자가 115.7세, 남자는 114.1세라는 결론을 내렸다. 평균 수명 증가와 함께 95세 이상 고령자 수가 지난 30년간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최대 기대 수명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론에 대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호주 국립대 등 연구진은 네이처에 5편의 반박 논문을 발표했다. 앨버트아인슈타인의대 연구진 통계가 잘못됐고 인간 수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연 인간은 최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인간 수명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과학자인 제이 올샨스키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 교수와 "인간 나이에 한계를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노화 연구 석학 박상철 전남대 명예교수의 이야기를 비교해 자아발견의 주춧돌을 세워보자.


올샨스키 교수 이야기

올샨스키 교수는 네이처에 쓴 글을 통해 " 유전적 프로그램이 인간 수명 연장을 방해한다. 수명이 상당히 늘어난다 해도 2001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150세를 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살았던 사람은 프랑스 남부지역에 거주하던 잔 칼망(1875~1997)으로 122세까지 생존했다. 하지만 올샨스키 교수는 "인구 표본 사이즈가 커지면 122세가 깨질 확률은 있다"면서도 "이것은 수천억 명의 사람들 중 한 명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자료=박광하 칼럼 중에서 화면 캡쳐

한 사람의 수명이 122세를 넘어섰다는 게 인류 전체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인간 노화를 막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겠지만 이는 생명 연장이 아닌 건강수명 연장일 뿐"이라며 "개입을 통해 급진적인 증가를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올샨스키 교수는 수명에 한계를 둘 수밖에 없는 이유로 유전적 프로그램을 꼽았다.

올샨스키 교수는 "생체시계라는 '메트로놈'은 수정된 난자를 번식이 가능한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성장과 발달, 성숙, 번식이라는 유전 프로그램은 37억년 동안 만들어진 진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노화'도 이 같은 유전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부산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상철 교수 이야기

반면 노화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박상철 교수는 '인간 나이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라이프 2.0 시대에 머물러 있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박 교수가 말하는 라이프 1.0은 진화의 산물이다. 의료적 행위 없이 유전자에 설계된 대로 존재하는 인류다. 의학 기술 발달로 이제 2.0 시대가 왔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라이프 2.0은 신체라는 하드웨어는 건드리지 않고 의료 행위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이라며 "현대 의학은 이제 라이프 2.0을 넘어 라이프 3.0 시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탠스 시술 개발로 심장병 공포에서 벗어났고 임플란트를 통해 인류는 나이가 들어도 영양가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됐다. 인공 관절은 인류의 노화된 관절을 대체하고 있다. "유전자를 조합하는 '합성생물학' 기술은 이미 초등동물 수준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모든 의료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임상을 거친 후 다양한 과학기술이 인류의 수명을 확실히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기계와 뇌의 연결되는 시대에 수명을 어떻게 한정 지을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포스트 휴먼시대 인류 수명이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게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복제, 역분화줄기세포 발견, 젊은 피 수혈을 통한 노화 억제 실험은 인류 수명 연장의 '터닝 포인트'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한국 차병원 연구진은 2013년 이후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뒤 현재 노인성 황반변성 질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음을 보여 준 사건"이라며 "인류의 노화 역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젊은 피 수혈 또한 단순히 "노화 억제가 가능하다"는 결과에서 벗어나 우리 몸에 젊어질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동호 회장, KIC고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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