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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완산칠봉에서 갑오년 농민군을 만나다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완산칠봉을 찾으려면 조선을 망친 사대부 끝자락의 풍경이 있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출발하여 전주천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전주성 전투가 벌어졌던 완산칠봉(중봉)이 있다.

완산칠봉 정상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전주의 향기가 발아래로 와서 머뭇거린다. 완산칠봉은 시민들의 휴식처뿐 아니라 옛부터 도시를 보호하고 있는 지맥을 가지고 있다 해서, 산의 형세나 산의 모습을 훼손하면 큰 재난을 겪는다고 전해져 보호하고 가꾸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완산칠봉은 갑오년 농민군의 항쟁터, 천주교 및 동학 성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한명도 살지 않았던 빈촌, 현대에 와서는 자본주의 모순의 집약체인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완산칠봉을 오르다 보면 동학농민군 전주성 점령을 기념하기 위해 유일하게 세워진 동학농민군 전주입성기념비가 있다. 갑오년 농민군은 1894년 3월 '광제창생ㆍ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나라와 민중을 구제하려 일어나니 그 횃불이 삼천리강산에 타올랐으며, 의기는 하늘에 뻗쳤고, 함성은 산하를 울렸다.

완산칠봉 가운데 중봉 일대는 1894년 5월 31일 전주부성을 점령하여 입성한 전봉준과 농민군이 이곳에 진을 치고 관군을 공격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반대로 6월 4일에는 홍계훈이 이끄는 관군이 이곳에 진을 치고 농민군과 격전을 벌였던 전적지이다. 홍계훈의 관군은 완산칠봉에 진을 쳤고, 따라서 혁명군은 화력의 열세와 함께 지형적인 불리함도 안고 싸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완산칠봉에 진을 치고 대포공격을 감행한 관군들의 공세에 의해 당시 전주성은 상당히 파괴되었다.

그리고, 동학혁명 2차 기포, 우금치 전투에서 패하고 후퇴하는 과정에서 전주천을 중심으로 완산칠봉 부근에 위치한 동학군과 전주성 부근 관군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많은 동학군이 살해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구전에 의하면 동학군 핏물이 완산칠봉 앞 전주천에 몇 날이 흘렀다고 한다. 최근 발견된 일본 방위청의 자료에 의하면 이곳 완산칠봉에 집단매장이 이루어졌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에서 만들어진 기념비는 하단 비문에 농민군이 ‘부안 백산에서 기포’하였다는 서술도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輔國安民’을 ‘保國安民’으로 잘못 새겨 놓았다.

완산칠봉에는 잘 알려 있지 않지만 1894년 일본군에게 목이 잘린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넋이 있는 녹두관이 있다. 녹두관에 안치된 유골은 일본군에 처형된 무명의 농민군 지도자 머리뼈로, 1906년 한 일본인이 인종학 연구를 위해 일본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의 행방은 묘연하다가 1995년 일본 북해도대학의 표본창구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유골의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유골 상자에는 '메이지 39년(1906년) 진도에서 효수한 동학당 지도자의 해골, 시찰 중 수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북해도대학과의 합의를 거쳐 이듬해 유골을 국내로 봉환했지만, 안장할 곳이 없어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했다. 유골은 긴 기다림 끝에 올해 동학농민군의 기억 공간인 '녹두관'이 문을 열면서 사망한 지 125년 만에 전주에 영면하게 되었다.

한옥마을에서 완산칠봉을 걷는 과정에서 전주천변에 있는 초록바위를 만날 수 있다. 김개남장군 사형터이다. 김개남 장군은 1894년 전봉준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장군과 함께 총관령 직책의 지도자로서 그 명성이 전국에 알려졌다. 전주성 점령과 전주화약, 그리고 외세개입에 의한 청일전쟁 후 2차 봉기에서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12월 27일 체포되어, 1895년 1월 8일 초록바위에서 참수형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장군의 수급은 서울로 이송 1월 20일 서소문 밖에 3일간 효수된 뒤 다시 전주로 보내졌다고 전해진다. (수급은 서울과 전주에서 두 번씩이나 효수 됨) 그러나 현재까지도 김개남 장군의 묘소는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한옥마을의 화려함과 달리 민초 들의 고통과 항쟁, 일본 제국주의자들과 전쟁에서 승리와 패배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완산칠봉이다. 전주를 조금 더 알고 갑오년 농민군의 삶을 알고자 한다면 한 시간만 더 걸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 걷는 길에 만나는 산과 내천 그리고 남부시장 사람들의 삶의 자락은 전주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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