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K-history
1936년 개천절의 결심 " 나를 알며 내 정신을 지키자"

 『韓民』은 임시정부의 여당 역할을 한 한국국민당의 당 기관지로 1936년 3월부터 월간으로 발행하였다. 이 『韓民』의 1936년 개천절 (음력 10월 3일)을 기념한 감회를 쓴 감언(感言)이 주는 파고가 깊다. 지금도 한번 새겨볼만 하다. 이에 이 전문을 소개한다. 

한민 1936-11-30 자 

건국기원절 후 감언 (建國紀元節 後 感言)

1936-11-30 민국十八年 十一月 三十日 한민

망국노의 탈을 쓴 채 적의 말발굽 밑에서 또다시 건국기원절을 맞은 우리는 뜨거운 눈물이 아직도 피묻은 옷깃을 적실 뿐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이 꼴을 당하지 아니하려고 이제는 전국이 일치하여 적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강한 적과 싸우는 그들은 도리어 생기가 발발하다. 나라 없이 잘사는 방법을 신 발명한 아라사(러시아)도 이제는 그 실패를 자인하고서 「조국을 사랑하라 역사를 알라」하면서 고함을 친다. 슬프다 스물일곱 해 동안을 망국의 한을 품고 쓰라린 맛을 겪어본 우리로써 만일 사람의 맘이 있다면 나라가 없어야 잘살 수 있다는 잠꼬대를 또 할까보냐. 한국 두 글자를 원수같이 여기며 태극 국기까지 넝마 속에 묻어 버릴까보냐.


돌아보건대 우리 나라를 세운 이도 찬란케 꾸민 이도 망케 한 이도 다 우리의 조상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라를 다시 세우며 다시 찬란케 꾸밀 이는 오직 우리뿐이요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부터 망국노의 탈을 뒤집어 쓴 우리 청년들이다. 우리가 나라에서 받은 은혜는 비록 적었다 할지라도 우리가 나라에 갚을 것은 가장 많다. 우리는 큰 짐을 짊어졌으니 어느 겨를에 지나간 이들의 공과인들 논란할 수 있으랴. 또 그것이나 논란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설령 그들의 허물을 밝힌다 하더라도 빼앗긴 나라가 제 스스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의 공로를 찬양한다 하여도 웃음이 나올 수도 없다. 우리는 다만 더러운 망국노의 탈을 벗기 위하여 목숨이 붙어있는 최후 일각까지 원수와 사생을 결단할 것뿐이다.


망국노의 탈을 벗으려면 그 탈을 쓰게 된 원인부터 알아야겠다. 물론 그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나 「남을 높이고 나를 업신여기며 남의 것은 까닭 없이 좋아하고 내 것은 덮어 놓고 내버렸다」는 한말로써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 보라 요순은 추앙하여도 한배검은 알지도 못하며 신지의 문자는 한문이 아닌 까닭에 자취도 없어지고 이순신의 철갑선은 당껏이 아닌 까닭에 그대로 삭아버리고 세종대왕의 한글은 지체가 낮아서 암글이 되고 말았다. 이 결과는 나라까지 망하게 하였나니 이러한 예는 부지기천기만이다. 말이 이에 이르매 일우장탄을 금할 수 없다. 한 나라의 망함이 어찌 우연하랴. 

새 나라를 세울 큰 짐을 짊어진 우리는 건국기원절을 맞을 때에 먼저 이따위 비열한 사상부터 퇴치하자.「나를 알며 내 정신을 지키자는 것을 더욱 굳게 결심하자. 우리는 조상들의 역사를 중국 문헌(文獻)에서 찾아냈지마는 우리의 자손은 우리의 역사를 아라사(러시아)나 일본의 문헌에서 찾게 되지 아니하도록 만들어 주기를 결심하자.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찬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