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심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적인 행사인 스카우트잼버리가 온갖 논란속에 막을 내렸다. 한 곳에서 함께 하며 같은 기쁨과 활기를 누려할 아이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전국으로 찢어져서 잼버리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졌다. 지금부터 35년전,그 때 올림픽대회도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멋지게 치루어내었고, 한국에서 열리는 큰 행사는 그다지 대과가 없었다. 민관이 합쳐 이루어낸 성과 이전에, 국민들의 놀라운 협력과 무조건적의 자원봉사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잼버리엔 그런 자원봉사가 없어서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무엇보다 새만금이란 곳에서, 가장 뜨거운 8월 초에 이런 행사를 열 수 있다고 낙관한 인간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인간이 만드는 모든 행사에 날씨 부조의 힘은 막강하다. 이번 잼버리를 가장 외면한 것은 날씨였다. 잼버리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한강토는 장마였고, 그 장마의 흔적이 가장 오래 머물 곳이 새만금같은 간척지였다. 완벽한 방수 천막이 아니면,바닥에 습기가 차오를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그런 땅에 잼버리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배우고 익힌, 모든 야전 학습이 애초에 통하지 않을 만큼의 폭염이 거대한 입을 드러내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더위에 대비할, 그것도 상상하기 힘든 더위의 강습에 대비한 대책들과 계획들이 실종되었다. 아이들의 대회라고 허술하게 진행한 머저리들과, 욕심으로 이글거린 아귀들이 만들어낸 총체적 난국의 사태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잼버리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1년,자그마치 23년 전에 잼버리를 유치해서 훌륭하게 치루어내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에 있는 세계 잼버리수련장에서 133개국의 20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세계는 하나'라는 주제로 모여, 제 17회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렸다. 준비도 철저했지만 무엇보다 지형적인 잇점이 대회의 성공을 이끈 한 축이었다.
금강산 남쪽 제 1봉이라고 하는 신선봉과 미시령, 설악산과 대청봉, 울산바위등 절경의 산악이 즐비해 있고, 그 앞을 동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천혜의 자연으로 이루어진 이 장소는 청소년들이 보고 즐기며 수련을 하고 잼버리를 펼치기에 최적이었다. 여름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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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 독립기념관에서는 K-컬쳐박람회가 진행되고 있다. |
어른들의 대회도 그렇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대회는 완벽에 완벽을 더 해도 부족하다. 더구나 지구별의 여러 나라에서 다종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함께 하기 위해 한 곳에 집결하는 행사라면, 주최국의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명운을 걸 만큼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 아이들이 곧 한 사람의 외교관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 스카우트연맹에서 4년마다 개최하며 초대 대회는 1920년 영국에서 열렸다. 백 년 이상의 전통이 있는,청소년시기에 참여해서 평생의 자랑이 되는 대회인 것이다. 참가 뱃지를 일생의 소중한 보물로 간직하며 다음 잼버리에 참가하는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부모도 많다. 청소년들이 모여서 잼버리의 말 뜻 그대로, 즐겁고 시끌시끌하게 한바탕 놀면서 많은 것을 배워 가는 정말 소중한 행사이다.
이런 행사를, K문화를 즐기기를 기대하며 수백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참가한 청소년들의 소망을, 너무나 어리석고 부패한 관계자들이 망쳐버린 것이다. 준비가 미흡한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장소 선정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전북은 2026년부터 2023잼버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전북의 관계자들은 고심을 다한 조사끝에, 과거에 강원도가 잼버리를 성공으로 이끈 이유를 충분하게 분석했고, 특히 여름의 무더운 기온을 완화시킨 고지대를 주목했다. 그것은 옳고 바른 분석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덕유산에 위치한 무주 태권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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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버리의 전체 일정을 마친 핀라드 잼버리 대원들이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진행 중인 K-컬쳐박람회를 둘러보고 있다. |
무주구천동의 깊은 계곡에 위치해서 모든 제반 조건이 갖추어진 데다가 위치마저 완벽한 태권도원은 적합한 선정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전북의 정치인들에 의해 파기되고, 엉뚱한 새만금간척지가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여기엔 지방자치와 정치인이란 복잡한 커넥션이 거미줄 얽히듯 얽히고 말았다.
잼버리라는 국제행사를 유치해서 새만금을 알려, 전북이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개발계획의 기본동력을 얻겠다는 복병을 숨겨놓고 있었다. 즉 엄청난 예산을 지원받겠다는 흑심이 엉뚱하게도 잼버리의 유치에 도달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증거가 현실에 도출되어 있다. 잼버리대회가 열리기 직전에 개통된 '새만금 고속도로'는 잼버리 유치 이후인 2018년 12월에 착공되었고, 4239억원이란 세금이 투입됐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계속해서 1조1293억원이란 어마어마한 세금이 들어가는, 고속도로와 연계되는 지방도로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외에도 수익성을 점칠 수 없는 국제공항 사업이 이미 2023년 2월에 건축계획이 발주되었다. 소요되는 예산이 8077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런 예산이 들어감에도 이 모든 일들이 지속가능 발전하는 사업이 될지 회의적이다.
잼버리유치를 빌어 이렇게 해야만 했고, 이렇게 할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명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번 잼버리를 위해 들어간 예산만 해도1000억원에 달하는데,그중에 운영비가 50%가 넘게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예비비 70억원이 또 들어갔다. 잼버리 준비를 위해 수없이 해외출장을 간 관계자들은 전북도 정치인들이 차지하고,스카우트와 민간관계자는 얼마되지 않는다. 잼버리와 전혀 관계 없는 곳으로 여행가고 초호화 크루즈를 즐겼다는 증언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잼버리를 핑계로 나랏돈으로 외국여행을 흥청망청다닌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 일을 철저히 파헤쳐 국민 앞에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있다고 청소년들이 어찌 믿을까? 또 아이들을 상대로 바가지 씌우고, 상한 음식을 안기는 등의 일부 상인들은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 일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에 새만금이 어떤 뜻일지를 생각해본다면 등골이 서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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