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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 하이쿠를 만나다[3]


                                                                     
                                                                            오정애

하이쿠를 감상하다 보면 일본의 의식주 문화, 자연, 관습 등이 보이는데, 일본다움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이쿠라는 취미를 통해 만난 일본인들과의 만남에서도 국적을 잊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게 되었다. 다음은 조금은 진화된 나의 하이쿠를 소개하고자 한다.

방과 후 교정 평균대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가을: 고추잠자리)
툇마루 위에 가로 일렬로 널린 홍시가 있네(가을: 홍시)
평화로 가는 첫 디딤돌의 악수 봄바람 부네(봄: 봄바람)
정체된 행렬 차창에 하늘대는 벚꽃 춤사위(봄: 벚꽃)

하이쿠 경력이 벌써 15년 이상이 되었지만 하이쿠를 만드는 것은 항상 긴장과 도전의 연속이다. 언제나 나는 초심자로 돌아간다. 하이쿠의 규칙을 배우고 계절어에 익숙해지고 하이쿠다운 표현을 하게 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여정이었다. 

나의 하이쿠 닉네임인 하이고(俳号)는 카링(花梨)이다. 가을 열매인 못생긴 과일 모과는  먹기는 어렵지만 매력적인 향기가 난다. 말의 울림이 좋다면서 하이쿠 선배가 추천해 주었다. 하이쿠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 큰 변화를 주었다. 일본인들과의 교류로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언어의 절제를 배운 나는 인생관도 축약지향형으로 바뀌게 된다. 하이쿠를 시작한 덕분에 진한 우정을 나누는 일본인 친구들이 생겼고 정서적으로 많은 위안을 얻었다. 물론 일본어 회화 실력도 나날이 늘어갔다. 가끔 나에게 일본어를 못 한다고 말했던 일본인 은행원이 생각난다. 그가 나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 해 준 것이 그때는 상처였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처방약이 되었다.  

하이쿠를 계속할지 수십 번 고심한 적이 있다. 진심으로 열의, 의욕, 끈기가 없으면 계속해낼 수가 없다. 나의 하이쿠는 성숙해지고 세월과 함께 나의 일부가 되고 있다. 지금은 멋진 하이쿠(名句)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을 충분히 만끽하고 주변을 잘 관찰하여 어린아이가 일기를 쓰듯이 하이쿠를 즐기고 있다. 앞으로도 정년이 없는 하이쿠와의 동행은 진행형이다.

마츠오 바쇼(1644∼1694).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이쿠 시인이며 하이쿠를 문학의 한 장르로 완성시킨 인물. 1987년에 발행된 우표로 액면 1장당, 60엔

 

 

최유정 기자  susan1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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