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喪失)의 시대
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가을비가 여름날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는
9월 하순 서울 도심의 오후
20대 청년인 듯싶은 젊은이가
길가 계단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고개를 쳐 박고 있다.
이 세상 근심을 혼자서 다 짊어진 것처럼
다시는 하늘같은 것은 볼일이 없는 것처럼
두 다리 사이로 머리만 수직 낙하하고 있다.
천근 같이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홀로 오르던
예수가 저처럼 고독했을까.
소주병 몇 십 개를 비우고 또 비워내도
좀처럼 취기가 오르지 않는
부도직전에 놓인 대기업 회장의 표정이 저랬을까.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전쟁에서 패해
병사를 다 잃고 홀로 살아남은
장수의 표정이 저 모습이었을까.
말을 걸기도 전에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바위처럼 굳어 있는 그 청년의 목덜미 위로
추석명절 행복 하라는 현수막이 나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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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 9월 20일 비 오는 날 오후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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