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원사화』는 조선 숙종 원년(서기1675년)에 북애노인이 쓴 것을 1968년에 국립 중앙도서관 사서과장을 지낸 신학균에 의해서 번역되었다. 현재 학계에서는 ‘규원사화’의 진위여부에 대해 첨예하게 논란 중에 있다.
‘규원사화’가 진서로서 우리나라 근대기의 민족사학과 대종교의 성립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과 20세기 초에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위작되었다는 주장이 병립하고 있다.
먼저 ‘규원사화’를 위서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송찬식, 조인성, 박광용, 서영대 등이다. 그들은 사료적 가치를 일체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규원사화’를 실제 역사로서의 가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임채우, 이상시, 최인철, 박성수, 송호수, 김동환 등이 있다. 이들은 ‘규원사화’가 다른 단군관계 비사들에 비해 과장이나 가필이 적다고 판단하며 진서로서 사료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또 한 부류인 한영우, 정영훈, 심백섭 등은 『규원사화』가 숙종 초 북애자가 쓴 사실은 인정하며, 그 내용은 당시에 전해지던 야사를 모아 재구성된 것이어서 실사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내용이 사료적인 가치보다는 조선후기의 민족주의의 흐름을 반영하는 자료로서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사실 『규원사화』의 진위논쟁은 형식적으로는 불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미 서지학 및 금석학 분야 전문가의 감정과 심의과정을 모두 거쳤기 때문이다.
1945년에 구입하여 국립도서관에 소장중인 『규원사화』 원본에 대하여 45년 전인 1972년 11월 3일 국립중앙도서관 고서 심의의원인 이가원李家源, 손보기孫寶基, 임창순任昌淳 3인이 조선 중기에 쓰여 진 진본임을 확인하고 인증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외에 서지학자인 장지연도 종이의 질과 글씨 및 제호를 표지에 바로 쓴 정황 등으로 미루어 조선 중기에 쓰여 졌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이 조선중기에 쓰여 진 진서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규원사화』에서 처음으로 47대 단군 왕호와 역대세계가 제시되었고, 그 이후로 『제왕연대록』, 『단기고사』, 『한단고기』 등에서도 같은 기록들이 등장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단군의 역사가 위작이라고 한다면, 그 책임의 시초는 바로 『규원사화』에서부터 있을 것이고, 만일 진실이라면 잊혀졌던 우리 고대사의 줄기가 『규원사화』로부터 처음 드러나게 되었다는 크나큰 공로를 인정해야할 할 것이다.
따라서 『규원사화의 사료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규원사화』의 내용은 다른 사서들처럼 무미건조하게 역사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산해경』과 같이 황당한 신화로 일관하지 않고 아주 합리적이고도 사실적으로 상고시대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개벽신화에서부터 단군 왕조의 역사를 비롯해서 자신의 풍부한 학식과 사상을 자유롭게 펼치고 있다. 특히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절절한 심정을 피력한 ‘만설漫說’의 내용은 중국철학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사상을 담고 있으며 작자의 체험이 어우러진 솔직하면서도 빼어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울컥하는 깊은 감동을 준다.
또 단군역사를 주장하다가 비웃음을 받으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잔치집의 술상을 박차고 뛰쳐나오는가 하면 서문에 “만세후에라도 인정해주는 독자를 한번 만나기만하면 넋이나마 한없이 기뻐할 것이다.”라는 한 맺힌 내용을 읽을 때에는 마음이 울컥하면서 세월을 뛰어넘어 한 마음이 된다.
그의 연구는 성리학이 전 사회를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단연코 이채로운 사상이다. 그러므로 『규원사화』는 단군을 기록한 자료 중에서 가장 저술연대가 분명하고도 오래된 역사서인 동시에 조선시대를 통 털어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풍부한 사상을 지닌 저술로서 우리 고대사의 표본이며 우리 선도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다.
『규원사화』는 1910년대의 위작이 아니라 숙종 초(1675년)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우리 고대사와 고대사상 연구에 확실한 기준점을 마련해 주었다고 본다. 『규원사화』에서 언급한 단군의 역사가 검증 불가능하거나 설혹 사실과 다소 다르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숙종 초에 이런 기록이 있었다는 시실 자체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규원사화』라는 존재로부터 우리는 단군 연구에 큰 동력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마땅히 국보로 지정되고도 남음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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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연구소 반재원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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