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욱조 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
간절곶. 동해안의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곳. 정동진보다 5분, 호미곶보다 1분 빨리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는, 동북쪽 끝자락의 기운이 모이는 장소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새해의 첫 태양을 보며 소망을 빌고, 묵은 해의 어둠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하지만, 간절곶의 이름에 깃든 깊은 뜻을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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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간절하다’는 우리말의 익숙한 정서로 간절곶을 이해한다. 애틋한 마음, 절실한 사랑의 의미를 담아 대형 우체통이 만들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간절(懇切)하다의 간절과 간절곶(艮絶)의 간절은 전혀 다른 뜻을 의미한다.
간절곶의 ‘간(艮)’은 단순히 애절함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방향을 가리킨다. 동북방, 간방(艮方). 주역의 「설괘전」에서 간은 "만물이 끝을 맺고 다시 시작하는 방향"으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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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艮)은 동북지괘야(東北支卦也)니 만물지소성종이소성시야(萬物之所成終而所成始也)일새 고(故)로 왈성언호간(曰成言乎艮)이라. 간은 동북방을 나타내는 괘니, 만물이 끝을 이루는 것이요, 처음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말씀은 간방에서 이루어진다. (『주역』 「설괘전」 제5장)

밤새 달리던 달이 멈추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며 모든 것이 시작되는 자리. 간은 그 새벽의 문턱을 의미한다. 공간으로 보면 우리나라 동북방 끝자락을, 시간으로는 어둠에서 빛으로 넘어가는 새벽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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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간절곶의 '절(絶)'은 끊어짐의 의미를 지닌다. 동북방의 기운이 여기에서 끝나며 결실을 맺는다. 조상들은 이 땅에서 시작된 결실 에너지가 더 이상 흘러넘치지 않도록, 간방의 마지막 지점인 이곳에 뜻을 새겨 넣었다.
"일본은 손방巽方이라고 하는데 '손巽'은 주역에서 '입야入也'로 풉니다. 들 입入자는 일본영토의 침몰을 의미합니다." (탄허스님) 탄허스님은 앞으로 일본 영토의 3분의 2 가량이 바다로 침몰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을 주역으로 일본은 손방巽方이기 때문이라고 풀었다.
간(艮)의 에너지가 일본으로 넘어가지 않고 한반도에 머무를 수 있도록, 간절히 빌고 바라며 지켜낸 땅. 여기에서 이 한반도에서 끝난다는 선언이다.
주역의 간괘(艮卦)는 끝과 시작을 동시에 품고 있다. 마무리와 새싹, 열매와 씨앗. 「설괘전」은 이를 “만물을 끝내고 만물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간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終萬物始萬物者莫盛乎艮)”라고 노래한다.

간은 결실을 맺음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자리다. 간절곶의 그 이름에는,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지혜가 숨 쉬고 있다. 한반도가 간방임을, 이 땅에서 끝나고 시작되는 역사의 순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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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여전히 긴박하게 움직인다. 간방, 동북아의 중심에서 한반도의 역할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간방 동북아는 한중일 삼국의 역사전쟁이 불 붙는 곳이자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러시아와 일본의 4대강국이 세계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대결을 벌이는 곳이다. 이 동북아 한반도는 인류문명이 매듭을 짓고 새롭게 출발하는 종(終)과 시(始)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소로 종어간 시어간(終於艮 始於艮)이 되는 곳이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간방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 끝과 시작의 기로에서 우리는 어떤 역사의 마침표를 찍고 또 어떤 새로운 문장을 열어갈 것인가. 새벽빛이 서서히 어둠을 걷어내는 간절곶에서, 그 질문은 우리에게 계속 머물러 있다.
새해의 태양이 떠오를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이 땅의 사명을 생각한다. 간방에서 열리는 개벽의 시간. 그 첫 문장은 이곳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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