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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 현대의 시선으로 다시 읽다

이명훈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소설 서유구》(교유서가, 376쪽)가 출간되었다. 2000년 현대시로 등단하고, 2003년 장편소설 《꼭두의 사랑》으로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명훈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개혁가였던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삶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한다.

풍석 서유구 (1764~1845)

소설은 농업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 ‘규철’이 서유구의 생애를 탐구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규철은 조선 후기와 현재 한국 사회를 오가며, 오늘날 왜곡되고 소외된 농업과 생태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깊은 통찰을 얻는다. 서유구가 기록한 방대한 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통해 그는 시대의 모순과 개혁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유구, 붕괴하는 시대 속에서도 기록을 멈추지 않다

조선 후기의 격동 속에서 서유구는 부패한 권력에 맞서며 실학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는 가문의 몰락 속에서도 지방으로 내려가 연구에 몰두하며 농업, 상업, 민생 개혁을 고민했다. 만인소 사건, 홍경래의 난, 신유박해 등의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좌절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그의 치열한 사유는 《임원경제지》라는 조선 최대의 실용 백과사전으로 남았다. 《임원경제지》는 농업, 상업,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실용서로, 조선 팔도의 시장과 유통망을 정리한 「예규지(倪規志)」, 나무와 작물 재배법을 다룬 「만학지(晩學志)」, 조선의 식문화와 조리법을 집대성한 「정조지(鼎俎志)」 등 16개 지(志)로 구성돼 있다.

이명훈 작가는 서유구의 기록이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조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본다. 서유구가 고민했던 농업 개혁, 상업 구조 개선, 생산과 노동 방식의 변화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혁을 위한 연구였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규철’의 여정

소설은 서유구의 삶을 거울삼아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주인공 규철의 시선 속에서 진행된다. 그는 서유구의 기록을 탐독하며, 오늘날 농업과 생태의 가치가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서는 실학자의 사유가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명훈 작가는 “서유구의 유기적 사고방식은 현대 문명이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고 말한다. 조선 후기의 격변기 속에서 그는 농업과 상업을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오늘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진다.

문학으로 되살아난 실학자의 사유

이명훈 작가는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서유구의 사유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소설 속에서 규철은 단순히 과거를 탐구하는 연구자가 아니라, 실학자의 고민을 현재로 가져와 반추하는 철학자로 자리한다.《소설 서유구》는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실학적 사고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꽃을 기르는 것은 허(虛)를 기르는 것이다.” 서유구의 이 말처럼, 세상의 모든 것에는 비어 있는 듯하지만 본질적인 가치를 품고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 몰락하는 조선을 바라보며 일상의 모든 것을 기록했던 실학자 서유구. 그리고 그의 기록을 통해 현대 사회를 성찰하는 연구자 규철. 이 두 인물의 사유가 교차하는 순간, 독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지적 여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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