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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불을 잘 다루는 청결한 민족


김준봉/사단법인 국제온돌학회 회장

한민족의 불과 구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불같은 민족이라 했다. 싸움을 잘 해서일까? ‘빨리 빨리’를 외치는 정열적인 사랑을 하는 듯이 뜨거워서 일까? 우리는 일을 열심히 하는 이를 보면 ‘물불을 안 가린다.’라고 말한다. 물과 불은 글자모양도 비슷하다. 물에 뿔이 나면 불이된다.

불의 발견

원시 인류가 있었다. 그들은 나무 열매를 따 먹고 추위와 더위를 피해 맹수로부터 피해서 동굴에서 생활하였다. 그러다가 번개불인지, 화산폭발로 일어난 불인지, 아니면 밀림의 나무가 부딪혀서 불꽃이 일어나고 큰 산불이 났다. 많은 동물들이 미처 피하지 못해 불에 타 죽었다. 열매들도 새까맣게 타버렸다. 불에 탄 식물과 열매들은 새로운 맛이었고, 불에 탄 고기도 한결 부드럽고 비리지도 않아 먹기에 아주 좋게 잘 익었다.

그렇다 원시 인류에게 처음 발견된 불은 무서운 존재였다. 모든 것을 살라 버리는 불. 그리고 아직 뜨겁지 않아도 항상 메케한 연기와 함께 오는 불은 더 무서웠다. 불에 타기도 전에 숨이 막혀 맹수들조차도 힘없이 죽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불은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열쇠였다. 태양이 진 후의 어두움은 인간에게는 공포였지만 불로 인해 다시 밝은 빛과 따뜻함을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깜깜한 밤중에 불을 피워 맹수를 쫓고 어둠을 몰아냈다. 추운 겨울 역시 따뜻한 불은 언 몸을 녹이고 언 고기를 녹여 주었다. 질기고 냄새나는 고기를 연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냄새로 바꾸어 주었다.

그래서 불은 인간에게는 최초의 위대한 발견이다. 그 불로 흙으로 만든 그릇을 단단하게 구워냈다. 흙을 돌(세라믹)로 만드는 것은 불이다. 흙은 물에 녹지만 돌(세라믹)은 물에 녹지 않는다. 돌은 깎아내기가 아주 힘이 들고 무거웠지만 흙을 구워 만든 돌은 그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고 돌보다는 훨씬 가벼웠다. 불 그릇으로써도 흙처럼 전혀 물에 녹지 않았다.

불은 그 빛으로 어두움을 이기게 하며. 불은 역시 그 뜨거움으로 맛있게 고기와 열매를 익혀주었다. 불의 따뜻함으로 길고도 추운 겨울밤을 오손도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백과

불과 연기

철을 녹여 만든 에밀레종은 불의 예술이다. 고려자기를 만든 한민족은 이와 같이 불을 잘 다루는 민족이다. 불의 따뜻함은 참으로 길고도 추운 겨울밤을 오순도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은 골치 아픈 존재이기도 하다. 뜻하지 않은 화재로 모든 것을 앗아 갔다. 항상 불은 두려운 연기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불이 가는 곳에는 연기가 있고 그 연기는 숨 쉬는 모든 생물을 위협했다. 따뜻한 불은 원하지만 숨 막히는 연기는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과 연기는 한 몸이 아닌가? 불은 살아 있어 한시라도 감시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까지도 태워버렸다.

또한 막상 꺼진 불은 다시 살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뜨거운 불을 오래 간직하고 불을 연기와 분리시킬 수는 없을까? 불의 발견과 더불어 나온 인류 최대의 숙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불과 연기를 나누는 구들방을 만들었고, 서양인들은 모닥불을 이용한 벽난로를 고안했다.

불은 모여야 잘 타므로 모닥불은 불을 잘 살게 하는데 필수적이다. 그 모닥불 위에 그릇을 올려놓고 음식을 익히는 광경은 서부 영화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나무집 속에 있는 벽난로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으리라. 

불을 집안에서 따로 분리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최초의 불 저장 창고인 샘이다. 그러나 그 벽난로라고 불리는 불 창고는 연기 때문에 뜨거운 열기를 너무 쉽게 밖으로 배출하고 만다.

그러나 벽난로는 열기를 오랫동안 저장하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더군다나 초기의 벽난로는 구새(굴뚝)가 없어서 그나마 연기도 처리하지 못해 집안 벽이나 지붕 꼭대기에 큰 구멍을 내어서 연기가 실내에서 빨리 밖으로 배출되게 한 구조이다.

누운 불과 선 불

서양의 벽난로는 가장 뜨거운 불의 꼭지 부분을 사용하지 못한 채 불의 옆 부분을 쓸 뿐이다. 불을 때서 불 옆에 솥을 놓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지 냄비는 불 위에다가 놓아야 빨리 끓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 중에서도 상식이다.

우리는 잠을 잘 때 누워서 잔다. 아마 서서 자는 사람은 전쟁터 말고는 없을 거다. 그러나 불을 쪼일 때는 서거나 앉아서 쪼인다.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불 위에 눕는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래서 아주 어려운 상상이 되겠다. 불을 때서 불 옆에 냄비를 놓고 끓기를 바라는 사람은 바보다. 

그래서 벽난로는 취사기능이 없다. 이와 같이 불은 항상 연기와 함께 오기에 연기를 피하고자 하면 달리 방법이 없고 그 뜨거운 불기를 저장하여 천천히 이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역시 불 위에는 고기를 익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람을 따뜻하게 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전통 구들은 불을 다루는 기술의 총화

우리의 전통 구들이 바로 이 점을 해결한 것이다. 다들 자연의 서 있는 불을 이용하였는데 구들은 불을 강제로 뉘여서 누운 불을 이용하였다. 불을 눕혀서 여러 갈레의 고래로 내보내며 축열하는 기술, 연기와 불기를 분리하는 기술, 아랫목과 윗목을 나누는 기술, 이 모든 것이 불을 다루는 기술의 총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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