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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닮아가지만, 인간은 무엇을 닮아야 하는가홍익인간의 빛으로 다시 묻는다
한문화 타임즈 AI 이미지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 속의 존재가 아닙니다. 생성형 AI는 일상적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법률 문서를 요약하고, 의료 진단까지 시도합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졌던 분야들이 점차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재편되고 있습니다. 인류는 이제 기술적 진보의 가능성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단계를 지나,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다시 묻는 시대에 진입하였습니다.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입니까?

이 물음은 단지 철학자들의 담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다움의 기준은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고, 노동의 존엄을 규정하며, 사회 제도의 윤리를 구성합니다. 그 정의가 바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문명을 어디로 끌고 가야 하는지도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는 대개 서구적 이성 중심주의나 기능 중심의 담론에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인간은 사고하고, 계산하며, 판단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고귀하다는 식의 정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능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시대에, 인간의 우월성은 기술적 기준으로는 더 이상 설명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동방의 철학, 그중에서도 한민족의 정신문화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한문화 사상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 핵심에 있는 사상이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개념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번역은 한문화의 깊은 철학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합니다. 때로는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얕잡아보는 서구식 해석의 틀 안에 갇혀 있기도 합니다.

『환단고기』와 『삼성기』, 『천부경』 등의 고대 경전에서 말하는 ‘홍익인간’은 단순한 이타적 도덕률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천지의 꿈을 실현하는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는 선언이며, 우주의 광명을 체득한 성숙한 존재, 곧 태일(太一)로 완성된 인간상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정치적 이상이나 윤리적 교훈을 넘어서 인류 문명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목표이자 방향성입니다. 한문화의 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류 사이를 연결하는 우주적 중재자로서, 감응(感應)과 수행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확장시켜야 하는 존재입니다.

‘홍익인간’이 현실 속에서 구현되기 위해 함께 작동하는 또 하나의 사상이 ‘재세이화(在世理化)’입니다. 이는 “이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천지의 도, 즉 광명의 이치에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행정적 통치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회와 하늘이 하나의 조화로운 흐름을 이루도록 이끄는 통치 철학입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복잡한 판단을 내려도, 이 같은 조화와 감응, 전체성의 지혜는 인간만이 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기술은 도구이고, 그 도구를 어떤 철학과 정신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인간의 과제입니다.

홍익인간은 바로 그 철학적 기준을 제공합니다. 인간은 단지 생물학적 존재나 기능 수행의 단위가 아니라, 우주의 큰 뜻과 꿈을 이 땅 위에 구현하는 주체적 존재입니다. 인간다움이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명의 문제이며, 정신의 방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류가 기술 문명을 발전시킨 진짜 이유는 도구를 잘 쓰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더 빛내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또한 한문화는 인간을 수행적 존재로 정의해 왔습니다. 수행이란 단순히 종교적 수련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닦고,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며,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려는 삶의 방식이자 태도입니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지만, 자기 성찰은 불가능합니다. 기계는 감정을 계산할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과 용서, 회환과 결단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성숙하게 변화시키는 능력, 즉 ‘스스로를 초월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 점에서 인간다움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를 벗어나는 깨달음과 도달의 능력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AI가 인간을 닮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인간은 무엇을 닮아가야 하는가?"입니다. 우리는 인간다움을 기술이나 정보량, 창의성의 정도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천지와 함께 숨 쉬는 존재이며, 우주의 도를 품고 사는 성숙한 주체입니다. 홍익인간은 바로 이러한 인간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것은 한민족만의 이상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향해야 할 진리 인간의 이정표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오히려 더 절실한 것은, 그 무엇보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다움은, 우리가 오래도록 가슴에 새겨왔던 한 줄의 진리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홍익인간은 기술을 넘어서는 인간, 시대를 초월하는 정신, 그리고 미래를 여는 위대한 인간상입니다. 바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빛입니다.

최가온 기자  gaonr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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