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의 빈강공원(濱江公園)에는 무언의 저항과 희생정신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우뚝 서 있다. 바로 ‘팔녀투강(八女投江)’ 기념조형물이다. 이 조형물은 한중 양국의 항일 협력의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역사적 장소다.
1938년 가을, 무장한 일본군의 포위 속에서 끝까지 저항하다가 얼어붙은 우스훈하에 몸을 던진 8인의 여성 유격대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동북항일연군 제5군 제1사의 여성 부대원으로, 본대의 철수를 돕기 위해 적의 주의를 끌다가 고립되었다. 더 이상 퇴로가 없던 그들은 생포되기보다는 강에 몸을 던지는 길을 택했다. 싸움의 끝에서 보여준 이들의 결기는 항일 투쟁사의 영원한 상징으로 남았다.
여전사들의 이름은 냉운(冷運), 호수지, 양귀진, 안순복(安順福), 곽계금, 황계청, 왕혜민, 이봉선(李鳳善). 이 가운데 안순복과 이봉선은 조선인이며, 기념 조각상 속에서 치마를 입은 두 인물로 표현되어 있다. 이들의 존재는 일제강점기 조선과 중국이 함께한 항일 투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8인의 희생을 기려, 목단강시는 1986년 9월 7일 빈강공원 광장에 기념탑을 세웠다. 중앙미술원과 사천미술학원이 협력해 조형 작업을 맡았고, 제막 당시 전국정협 부주석이던 강극청은 ‘팔녀영령 영생불멸(八女英靈 永生不滅)’이라는 추모의 문구를, 주은래 총리의 부인이자 혁명가인 등영초는 ‘8녀투강’이라는 서명을 남겼다.
기념탑 뒤편의 추모 벽면에는 1988년 목단강시인민정부가 세운 ‘팔영열녀명지(八英烈女銘志)’가 새겨져 있다. 여덟 명의 열사의 이름과 소속이 새겨져 있으며, 안순복과 이봉선 아래에는 '조선족(朝鮮族)'이라는 표기가 뚜렷하다. 이는 이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기념하는 동시에, 한민족이 함께한 항일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팔녀투강의 이야기는 이후 중국 내에서 항일 정신의 대표적인 서사로 자리 잡았으며, 영화 「중화의 아들딸」 등으로 재현되어 널리 알려졌다. 목단강의 강바람 속에서, 여덟 전사의 고결한 투혼은 오늘날에도 조용히 역사의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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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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