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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철의 『한국인의 근원을 찾아서』 5편- 한국인의 기질을 가장 많이 가진 악기, 장구

" 한국인의 정신을  가장 많이 담은 악기, 장구 "

 

가을들판을 흔드는 소리가 넘쳐날 때가 있다. 농악이다. 낭창낭창한 가을들판을 점령하고 가을 추수 밭은 흥청거리게 한다. 흥의 민족답게 풍요롭고 우리의 가락은 산굽이를 돌고, 강을 따라 번져간다.

우리의 흥을 이끌어온 악기 중 장구에 대해 알아본다. 장구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자세히 들여다본다. 장구는 한국전통과 한국인의 기질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국인에게 친근한 악기 중 대표적인 악기다. 북통의 모양이 허리가 잘록해 세요고細腰鼓 또는 요고腰鼓라고 한다.

특별 사진 제공 = 김덕수 (사)사물놀이한울림

고구려 무덤벽화에 장구를 연주하는 그림, 신라 상원사 동종의 아래 부분에 그려진 장구 모양의 무늬, 그리고 신라 고분에서 장구를 연주하는 모양의 토우가 출토되었다. 장구는 우리의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우리 민족이 즐겨 연주해 온 대표적인 악기다.

장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을 살펴보면 고려 문종 30년, 1076년 기록이 등장한다. 대악관현방을 정할 때 장고업사, 즉 장구 연주자가 있었다는 기록이다. 이전의 장구 모양은 지금의 장구보다는 작았다. 장구가 커진 것은 고려 때로 여겨지는데 장구의 크기가 클수록 울림이 많아지고 저음이 풍부해져 타악기로써의 맛이 증가한다.

장구는 극단의 한국인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전통악기다. 한국인은 하나의 극단을 가지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두 개 이상의 극단을 민족성으로 가지고 있는 특별한 면을 가진 민족이다. 한국인은 극단을 서로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인다. 장구는 한국인의 극단적인 기질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극단의 받아들임과 극단의 넘나듦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을 가진 악기다.

한국인은 극단의 수용, 즉 한국인은 전혀 다른 특성을 받아들이는 능력과 기질을 가지고 있다. 악기와 음악, 소리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한국인의 기질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이 있다. 앞서 말한 장구다. 한국인은 다 같은 것에서 한 단계 더 나가 기어이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곳곳에 보인다.

악기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악기가 타악기다. 타악기는 물건과 물건이 부딪힐 때 나는 소리다. 원시 타악기는 모두 하나의 음만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악기에서는 하나의 음만이 만들어진다. 소리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희귀하게도 장구는 양 편의 가죽이 다른 재질로 되어있다. 왼쪽 북편은 소가죽으로 만들고, 오른쪽 채편은 말가죽으로 만든다. 민속악에서는 왼편은 개가죽을, 오른 편은 노루가죽을 사용하기도 한다. 두 면이 다른 소리를 만든다. 하나의 악기에 다른 가죽을 쓰는 것도 특별하고 하나의 악기에 두 개 이상의 음을 발생하게 하는 타악기는 우리만의 희귀한 사례다. 거기에다 변죽이란 부분이 있어 음이 높은 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악기다.

장구는 궁편과 채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면에서 발생하는 음이 다르다. ‘궁편은 낮게, 채편은 높게’라는 기준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주자가 원하는 음색을 찾기 위해서 부전이 있다. 악기를 조이고 푸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절을 해 연주한다. 응용력이 뛰어난 악기다. 연결된 줄을 부전으로 조이면 소리가 높아지고, 부전을 풀어주면 소리가 낮아진다.

적응력의 귀재, 장구

통상적으로 장구의 왼쪽 궁편 가죽은 두꺼운 소가죽이나 개가죽을 주로 사용하고, 오른쪽채편은 말가죽이나 개가죽 또는 양가죽 등을 사용한다. 소가죽이나 개가죽은 두꺼운 것으로 사용해 낮은 소리를 내고, 말가죽이나 양가죽은 대체적으로 얇아 높고 맑은 소리를 낸다.

 한국인이 가진 특별함은 장구에서만도 여러 가지가 보인다. 장구의 특징으로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양편에 사용하는 가죽이 다른 것이지만 타악기는 어느 나라나 동일하게 좌측면은 좌측 손을 이용해 치고, 우측면은 우측 손을 이용해 친다.

우리의 경우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의 경우는 같은 면을 치기도 하지만 넘나들기도 한다. 우리는 늘 하던 버릇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아주 특별하다. 외국인의 눈에는 더욱 신기하게 보인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조사해보면 좌측은 좌측 손으로, 우측은 우측 손으로 친다. 좌우측을 넘나들면서 치는 것은 상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정된 세계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방법이나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특성은 문화전반에 고루 나타난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장구는 좌우측의 가죽이 다른 것뿐만이 아니라 좌우측을 치는 재료도 다르다. 서양악기로 말하면 북을 치는 드럼채가 왼편과 오른편이 다르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타악기의 채는 두 개가 같아 같은 짝을 이룬다. 우리의 장구는 다르다. 장구의 채는 서로 다르다. 이 또한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궁굴채는 치는 타점이 둥글게 매듭이 지어져 있고, 채편은 대나무를 깎아 길게 만들었다. 소리가 다르다. 궁굴채는 둥근 원형의 대나무 뿌리로 매듭지어진 타점으로 쳐서 통통통 튀는 소리가 나고, 채편은 길게 대나무를 깎아서 만들어 소나기 오는 소리처럼 붙는 소리가 난다. 하나의 북을 치는 재료가 달라 다양한 소리가 난다. 거기에 왼편과 오른편의 크기가 다르다는 점이 또한 특별하다.

그래서 장구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세상에서 타악기를 가지고 격렬하게 춤을 추는 나라는 없다. 흥이 넘치고 풍류가 넘치는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뛰고, 돌고, 마치 기계체조를 하는 것처럼 휘돌기도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역동적이고 리듬감이 넘치지만 타악기를 가지고 우리와 같이 거칠게, 이동을 하며 춤을 추며 연주하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아무리 거칠게 타악기를 쳐도 한 자리에서 치거나, 어깨를 흔들거나 한 자리에서 몸동작을 하는 것이 전부다.

다름을, 경계로 보지 않고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품이 넉넉하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경계는 벽이 아니라 문門을 내야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담장이 경계가 아니라 어깨정도의 높이로 밖에서는 남의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안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높이로 만든다.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것을 즐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악기는 정해진 틀을 강하게 고집하지 않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특성이 있다.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울 만큼 연주자에게 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국인에게는 마당이라는 공간이 있다. 마당은 야외마당만이 아니라 실내도 마당이고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마당이다. 문화마당이나 미술마당 연극마당 같이 마당의 영역은 한국인의 삶을 총괄한다. 두루 넓게 사용되는 한국인의 심정적 공간이다. 형식도 두지 않고 공연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군중이 구분되지 않고 섞여 있다. 넘다듦이 자유롭다. 마찬가지로 장구의 자유로움과 적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신광철 작가, <극단의 한국인 극단의 창조성>의 저자. 시인-작가며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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