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정해광의 『아프리카 미술, 팅가팅가』 1편- 연재를 시작하며

# prologue 
  >>>문(門)의 존재의미는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데 있다. 항상 열려 있으면, 그것은 문이 아니라 통로이기 때문이다. 항상 닫혀 있으면, 그것은 문이 아니라 벽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도 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열고 닫음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의 존재의미가 그러하듯이 인간은 세상 속에 머물기도 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도 해야 한다. 나는 이‘길 떠남의 유전자’가 인간을 보다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진화의 시작이었고, 진보에의 믿음이 희망으로 연결되는 위대한 고리였기 때문이다.

길 떠남의 유전자는 수십만 년 시간의 행렬 속에서 한없이 북쪽으로 향했다.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 갈라지고 다시 멈추고, 그러다가 북쪽의 끝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시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 그리고 어느 한 무리는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시간의 억겁 속, 그 첫머리에 아프리카가 있었다. 우리의 까마득한 조상들은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년을 배회하다가 사바나 초원에 둥지를 풀었다. 길 떠남의 유전자가 그러하듯이, 사바나를 지나쳤고, 중동을 거쳐 바이칼 호수에 도달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반도에 도달했다.

아프리카라는 첫머리가 한반도라는 끄트머리에 맞닿기까지 20만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만년은 억겁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찰나의 순간 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지닌 길 떠남의 유전자가 20만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아프리카를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예정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인가를 수집하는 사물에의 끈, 그 끝에서 아프리카 조각을 만났고, 사람들이 처음으로 내 가슴에 들어 왔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동적(動的) 심성, 유목민의 유전자 그 끝과 처음에 아프리카가 자리한 것이다. 

네명의 팅가팅가 가족과 네마리의 새 gloss on plywood 60cm×60cm Africa Museum of ART collection

28년간 이어진 아프리카로의 여정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팅가팅가(E. S. Tingatinga)이다. 그는 그의 이름처럼, 팅가팅가(?) 살다가 나이 40에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대한 멋과 인간에 대한 맛을 아는 풍류도인과도 같은 이데아의 언어로 나의 뇌리에 굳게 박혔다.

팅가팅가는 그림을 통해 현실을 이상적으로 표현했고, 이상을 현실적으로 풀어냈던 아주 특별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삶에 집착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삶에 미련을 두지 않으려는 선지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팅가팅가는 보통사람처럼 그리고 세상에 대한 메신저처럼, 우리 곁에 머물다가 또 다른 누군가의 곁으로 길 떠남의 유전자를 사용했다.


# 팅가팅가는 어떤 사람인가?

* secret A _ 태초의 빛을 붓질한 팅가팅가

  >>>아프리카 사람들은 “태초에 빛이 있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빛’을 하나의 의미로 한정시키지 않았다. 혹자는 태초의 빛을 말씀이라 하였고, 사랑이라 하였고, 평화라 하였다. 억겁의 시간이 흘렀을 때, 사람들은 빛을 자기의 세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철학에서는 진리로, 음악에서는 소리로 그리고 미술에서는 색채로 빛을 받아들인 것이다.

빛에서 색채를 보았던 누군가와 또 다른 누군가는 빛에서 형태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그런 빛의 모습을 동굴의 벽이나 바위에 그렸다. 실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무언가를 표현한 듯한 문양들, 긴 팔과 긴 다리를 가진 기하학적인 사람들 그리고 무리를 지어 어딘가를 향하는 동물들이 보였다. 그렇게 태초의 빛은 역사가 되고 있었다.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갔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고는 못 베기는 그 누군가의 후손들, 빛을 향한 행렬들의 모습이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벽이나 담벼락에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어느 누군가의 유전자 속에서 위대하게 살아나 신화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풀어 놓고 있었다.

석양 빛 머금은 레오파드 gloss on plywood 60cm×60cm O&O ART collection

태초의 빛을 오늘의 빛으로 붓질한 이가 바로 팅가팅가였다. 그는 수 만년동안 동굴의 벽이나 바위에 갇혀있던 그림을 세상 밖으로 내보냈고, 동네 담벼락이나 집의 벽에 잠들어 있던 그림을 사람들의 마음에 심었다. 1960년대의 아프리카, 아무런 희망도 없을 것 같았던 척박한 땅에 팅가팅가는 씨앗을 뿌렸고, 숲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