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루미자와 마사쿠니-
침묵 속에서 드러난 증언,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중국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과 관련된 새로운 증거를 공개했다. 이번에 처음 전체가 공개된 83분 분량의 영상은 731부대에 소속되었던 전 부대원 쿠루미자와 마사쿠니의 구술 증언이다. 그는 실험 대상자 중 한국인을 포함한 여러 국적의 민간인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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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측이 공개한 일본 731부대 단체 사진 - CCTV-
731부대의 실체…의학이 아닌 전쟁 도구로 전락한 생명
731부대는 일제 강점기 만주에 주둔한 일본 관동군 산하 부대로, 세균전을 준비하기 위한 생화학 실험을 수행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대는 인체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다양한 병균의 전파 경로, 치사율 등을 조사했고, 대상자는 ‘마루타’(통나무)라는 용어로 불렸다.
쿠루미자와는 영상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부를 실시했다”고 증언하며, “내가 직접 해부한 시신은 약 300구에 이르며 그중 일부는 표본으로 남겼고, 나머지는 소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실험 대상자 중에는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인, 몽골인, 러시아인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비밀에 부쳐진 역사…731부대의 구조와 실험 방식
731부대의 실험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증언에 따르면 평균 40명 이상의 실험 대상자를 확보해 실험에 투입하고, 추가 인원을 대기시켜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매년 약 400~600명이 수용됐으며, 그중 상당수가 실험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쿠루미자와는 “이 같은 행위는 외부에 철저히 비밀로 유지됐으며,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업무를 알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731부대의 구체적인 실상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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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침략 일본군 제731부대 범죄증거 진열관에서 공개한 해부실험 장면 (사진 출처-신화사)-
일본 정부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과제
일본은 731부대의 존재와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해명 없이 지나쳐 왔다. 이번 증언 영상의 공개는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에 대한 논의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독일이 나치 전범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사과를 거쳐 온 것과 비교하면, 일본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제한된 접근만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영상 공개를 통해 역사 인식 제고와 전쟁 피해자의 기억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해 왔으며, 이번 자료는 다시금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기억과 기록의 책임…이후 세대를 위한 과제
731부대의 실험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인류가 반성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이번 증언 영상은 과거를 되짚는 계기이자, 향후 일본이 어떠한 자세를 취할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을 바탕으로 한 진실 규명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며,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관심과 공조를 놓아선 안 된다.
이번 증언은 단지 과거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어떤 역사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를 묻는 중요한 물음이다. 고통스러운 기록일수록 더 명확하고 진실되게 기억될 필요가 있다.
임종석 기자 lcs54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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