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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이해하지만, 폭력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2025년 7월 9일 새벽 6시 50분,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 60대 남성 A씨가 침입해 불을 지르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다행히 건물 관리인이 이를 막아 실제 불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고 있었던 만큼, 상황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일본문화센터가 표적이 된 이유
A씨가 침입한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는 일본 정부 산하 문화외교 기관이다. 전 세계 25개국에 설치된 이 센터는 일본 문화를 소개하고 문화 교류를 확대하는 전초기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곳을 ‘정확히 표적 삼았다’고 밝혔으며,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오랜 시간 분노를 품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의 말처럼, 일본의 역사 왜곡은 분명 오늘날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를 둘러싼 ‘군함도 강제노역 은폐’, 731부대 생체실험 부정, 위안부 문제 축소 등은 한국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A씨의 감정은 시대 흐름 속에 쌓여온 사회적 분노를 반영하는 일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방화’여선 안 된다
문제는 표현 방식이다. 공적 시설에 불을 지르려 한 행위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명백한 범죄다. 경찰은 A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및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그가 들고 있던 인화성 물질은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인 의도를 암시한다.
개인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윤리를 벗어난 행동은 오히려 정당한 메시지를 훼손하고, 사회적 지지를 잃게 만든다. 특히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방화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그 자유는 타인의 생명과 공동체 안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과거에도 정치적 상징을 겨냥한 과격한 시도는 종종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 사건 역시 “일본의 역사 왜곡은 문제지만, 불을 지르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는 대중의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의는 분노가 아니라 ‘질서와 이성’으로 이뤄진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남성의 잘못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정의를 실현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진정한 정의는 이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법적・사회적 방식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문제 제기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국회 청문회, 시민운동, 외교 압박, 교육을 통한 기억의 계승 같은 방식이어야 한다. 감정에만 기대거나, 폭력에 기대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정당성을 잃게 된다.
A씨가 던진 불씨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잘못된 방식의 저항’이라는 그림자로 남았다. 그의 분노가 향한 곳은 일본의 왜곡된 기억이지만, 그 분노의 표현 방식은 역설적으로 정의를 왜곡시킨 셈이다.
분노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정의의 실현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언제나 정의로워야 한다.” A씨의 행위는 우리가 ‘기억의 전쟁’ 속에서 어떠한 무기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묻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닌 통찰이다. 증오가 아닌 성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함께 바로잡아가는 질서 있는 정의다. 일본의 역사 왜곡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그 싸움은 ‘방화’가 아니라, ‘기억’과 ‘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
임종석 기자 lcs54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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