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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해외 한국어 교육자 국제학술대회, “전 세계 교실이 한국어를 기다린다”36개국 한국어 교육자 한자리에…AI 시대 ‘언어 외교’가 바뀐다

한국어 세계화, 준비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한류’라는 말은 더 이상 연예계 용어가 아니다. 이제는 한국어 자체가 전 세계의 관심 언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전 세계 46개국 2,526개 학교에서 한국어가 정규 과목으로 채택됐다. 유튜브, K-드라마, K-팝이 끌어올린 이 흐름은 이제 교육 시스템 전체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세계의 열기를, 우리는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는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제23회 해외 한국어 교육자 국제학술대회’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인천 하나글로벌캠퍼스와 서울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이 행사는 36개국 105명의 해외 한국어 교육자와 행정가가 모여 미래를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현장 교육자들이 전한 ‘뜨거운 현장’의 현실

이번 대회에서 주목받은 화두는 단연 ‘AI 시대의 한국어 교육’이다. ‘지속 가능한 한국어 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단순한 교과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 방식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전 세계 22만 명 이상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문화 정체성의 확장”이라며 국회의 적극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교육부는 한국어 보급의 전초기지로서 미국 시애틀, 멕시코,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신규 한국교육원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부터는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센터’도 운영에 들어간다.

또한, 파라과이에서 한국어가 중남미 최초로 제2외국어로 채택되도록 기여한 록사나 유디스 장학사,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원 양성에 기여한 응웬 티 히엔 교수 등 5명이 유공자 표창을 수상하며 현장의 노고를 인정받았다.

“사명감만으론 안 된다”…제도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교육자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분명한 어려움이 있다. 일부 국가는 교재도 부족하고, 한국어 교원이 부족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국문화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정작 체계적인 교육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생은 많은데, 교재는 5년 전 책이에요.” 한 유럽 교육자의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시스템 부재에 대한 외침이었다. AI 기반 교육이 강조되지만, 정작 네트워크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칠판과 분필에 의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학술대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향후 정부 차원의 구조적 지원과 함께 국가별 커스터마이징된 콘텐츠 개발, 교원 파견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어 교육은 ‘문화 주권’의 최전선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언어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심는 일이며, 국격을 높이는 외교적 작업이다. 이제는 ‘한글의 세계화’를 넘어 ‘한국어의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언어부터 다져야 한다. 현장의 교육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부심을 갖고 한국어를 전할 수 있도록, 지금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정치가 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전 세계의 교실이 한국어를 기다리고 있다. 그 교실에 먼저 도착하는 건 정부의 정책이고, 국민의 관심이어야 한다.

임종석 기자  lcs54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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