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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가사키 원폭 위령제’를 다시 꺼내야 하는가
8월 8일, 나가사키 평화공원 인근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위령제가 거행되었다. 원폭 투하 80주년을 하루 앞둔 날, “나가사키 원폭 위령제”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강제동원과 피폭, 그리고 평화라는 세 단어를 다시 묻는 공적 의식이었다. 한국인 희생자 약 2만 명, 그중 약 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숫자를 넘어 역사적 책임과 기억의 정치를 소환한다. 올해도 유가족과 재일동포, 한·일 국회의원, 시민들이 함께 종이학을 바치고 묵념을 올리며 “핵 없는 세상”을 다짐했다.
기록된 숫자, 말해지는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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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위령제에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이개호 의원, 이재강 의원, 유영하 의원 등 한국 국회의원단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유가족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야마다 가쓰히코 중의원이 함께 추모사를 전하며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참극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년 어렵게 제막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진행된 이번 위령제는 다섯 번째 공식 추모로, 강제동원으로 탄광·군수공장에 동원된 후 피폭된 한국인의 서사를 공적으로 호명했다.
역사적 사실은 분명하다.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플루토늄 폭탄 ‘팻맨’이 나가사키 상공에서 폭발했고, 도시가 폐허로 변했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민간인이었으며, 그중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끌려온 노동자와 가족이 많았다. 위령제가 매년 8월 8일 거행되는 이유는 비극의 ‘그 전날’에 서서 재발을 막겠다는 집단적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억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제안
첫째, 표지와 서사 개선이다. 위령비·안내문에는 강제동원의 맥락이 더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이는 ‘기억의 공공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조치다.
둘째, 한·일 공동 조사·아카이브 구축이다. 피폭 한국인 명부 정비, 증언·유품 디지털화, 다국어 접근성 확대로 유족·연구자·시민 누구나 사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평화교육과 교류의 상설화다. 지방정부·의회·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상설 프로그램을 통해 나가사키 원폭 위령제를 1년 내내 이어지는 평화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한다.
위령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올해 “나가사키 원폭 위령제”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핵 없는 세계와 올바른 역사 인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회 한·일의원연맹의 교류, 재일동포와 시민사회의 연대, 일본 내 양심적 정치인의 참여는 작은 균열이지만 분명한 변화다. 내년엔 히로시마·나가사키 양 도시에서 한국인 희생자 표지의 개선, 공동 전시·교육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길 기대한다.
우리는 올해도 묻는다. 기억의 자리는 충분히 품격 있는가. 기록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 답은 분명하다. 더 잘 보이게, 더 정확하게, 더 넓게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나가사키 원폭 위령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미래 세대에 건네는 가장 확실한 평화의 약속이다.
임종석 기자 lcs54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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