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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과 역사 속 남겨진 천문 기록기원전 1733년, 단군세기는 오성취루 현상을 말한다
이미지 참조=SBS뉴스

지난 8일 새벽, 우리나라 하늘에서도 장엄한 개기월식이 펼쳐졌습니다. 새벽 1시 26분쯤 달의 왼쪽 일부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해 약 한 시간 뒤 달의 윗부분에 붉은 빛이 감돌았고, 곧이어 달 전체가 붉게 변했습니다. 이날 개기월식은 새벽 2시 30분 24초부터 약 83분 동안 이어졌으며, 지구의 반그림자를 벗어난 5시 56분에 완전히 끝났습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관측된 개기월식으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러시아, 호주, 유럽, 일부 아프리카에서도 목격되었습니다.

이미지 참조=SBS뉴스

월식은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으로 정렬될 때 발생합니다. 지구가 태양빛을 가리면 그림자가 생기는데, 달이 그 그림자 속에 일부 가려지면 부분월식, 전부 가려지면 개기월식이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에 있으면서도 붉게 빛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구 대기를 통과한 햇빛이 산란하면서 파장이 긴 붉은 빛이 굴절되어 달에 닿고, 다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달은 피처럼 붉게 빛나며, 흔히 ‘블러드문(Blood Moon)’이라 불립니다.

이 신비로운 현상에 대해 이문희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개기월식(皆旣月蝕)

모두 이미, 달은 지구의 그림자 속에 들어간다.
달빛은 사라진 듯 어둠에 잠기지만, 사실 그 빛은 꺼지지 않는다.
지구 대기를 돌아온 햇빛이 굴절되어, 달 위에 남은 긴 파장의 붉은 빛을 얹는다.
달이 피처럼 검붉게 빛나기에, 블러드문(blood moon)이라 부른다.
푸른빛은 흩어지고, 붉은빛은 남아 달에 스민다.
삼켜졌으되,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개기월식은 무한한 우주의 진리를 증명한다.
어둠조차 빛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는,
숨겨져도 여전히 살아남는 빛의 법칙.
개기월식의 빛…
과학은 그것을 굴절과 파장이라 말하고,
시인은 그것을 꺼지지 않는 희망이라 부른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천문 현상은 『환단고기』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는 기원전 1733년, 다섯 행성(금성·목성·토성·화성·수성)이 저녁 하늘에 나란히 나타난 ‘오행취루’ 현상과 같은 날 개기월식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이는 당시 고대인들이 하늘의 변화를 세밀히 관찰했음을 보여주며, 『환단고기』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내용을 담은 사서임을 시사합니다.

『환단고기』는 안함로의 『삼성기』(삼성기 상), 원동중의 『삼성기』(삼성기 하), 행촌 이암의 『단군세기』, 범장의 『북부여기』, 일십당 이맥의 『태백일사』를 모아 한 권으로 집대성한 기념비적 역사서입니다. 신라 고승 안함로에서 조선조 학자 이맥에 이르기까지, 약 천 년의 시간 동안 다섯 저자의 기록이 모여 형성된 것입니다.

한국 주류 사학계인 강단사학에서는 오랫동안 『환단고기』를 정식 역사로 인정하지 않고, 근대적 필요에 의해 조작된 위서로 평가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학계와 대중 사이에서는 진서(眞書)와 위서(僞書)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학계 일각에서는 “논문이 없다”는 이유로 『환단고기』의 가치를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표적 학술 논문 검색 사이트인 RISS에서 『환단고기』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 위서론 논문보다 진서론을 지지하는 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체의 약 90%에 달하는 논문들이 『환단고기』를 진서로 해석하며, 그 역사적·사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논문으로 승부하자’던 기존 위서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연구 성과에서는 오히려 진서론이 훨씬 더 우세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부에서는 진서론 연구가 특정 학회나 단체에 국한되어 있다고 폄하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들 연구가 모두 학문적 검증 과정을 거쳐 발표된 정식 논문이라는 점입니다. 즉, 『환단고기』가 단순한 민족주의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와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자료임을 입증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환단고기』에 대해 단순히 “위서냐 진서냐”라는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천문 기록과 역사 전승을 어떻게 해석하고 현대적 의미로 살려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환단고기』에 남겨진 개기월식의 기록은, 과학적 관찰과 시적 상상력, 그리고 역사적 전승이 만나는 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문희 시인이 노래했듯,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처럼, 고대 기록 속 작은 단서들이 오늘날 우리의 역사 인식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환단고기』를 위서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정작 그 방대한 원문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결여된 것으로, 어떠한 학문을 평가하고 비판할 자격 있는 태도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길은 선입견이나 편견이 아니라, 철저한 독서와 연구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환단고기』를 제대로 읽고, 그 사료적 가치와 의미를 온전히 평가하는 일에서부터 진정한 논의가 시작될 것입니다.
 

강승효 기자  staff102b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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