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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생명의 나무가 전하는 침묵의 증언

부다페스트 도하니 가 회당 뒷마당에 들어서면, 이색적인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금속으로 만든 거대한 버드나무, 가지마다 늘어뜨려진 은빛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은은한 빛을 낸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헝가리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다.

이 나무 잎사귀 하나하나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나치의 광기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수많은 헝가리 유대인들, 그 이름 없는 생명들을 기억하기 위한 상징이다. 우는 버드나무를 형상화한 이 조형물은, 그 자체로 끊임없는 애도를 표현한다. 가지는 아래로 늘어져 있지만, 금속의 강한 빛은 생명의 존엄을 결코 꺾을 수 없음을 웅변한다.

이곳은 단순한 추모의 장소를 넘어, 역사의 교훈을 전하는 공간이다. 1944년 단 두 달 사이, 무려 44만 명의 헝가리 유대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학살당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 집단학살이었다. 생명의 나무는 이 참혹한 역사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이 비극을 잊지 않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

돌 위에 올려진 작은 조약돌들은 방문객들의 응답이다. 유대교의 전통에서 돌을 올린다는 행위는 죽은 이를 향한 ‘영원한 기억’을 의미한다. 시들어버릴 꽃 대신, 결코 부서지지 않는 돌로 기억을 남긴다. 그래서 이 나무의 뿌리 주위는 수많은 돌들로 덮여 있으며, 그 돌 하나하나가 세대를 넘어선 인간의 다짐이 된다.

생명의 나무 앞에 서면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그 침묵은 공허한 적막이 아니라, 무거운 증언이다. 이름 없는 생명들이 들려주는 목소리, 살아남은 자들의 눈물이 맺힌 목소리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역사는 결코 과거 속에 묻혀 있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는 순간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기억하는 것, 그리고 되풀이하지 않는 것. 생명의 나무는 여전히 잎사귀를 떨구며 우리에게 그 진리를 속삭이고 있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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