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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마트에서 만난 작은 문명, 보증금 환불기

부다페스트의 대형 마트 안, 노란색의 기계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겉모습만 보면 분리수거함 같지만, 사실은 빈병 보증금을 돌려주는 자동 환불기다. 이름하여 REpont. ‘되돌려주는 점(포인트)’이라는 뜻을 가진 이 장치는 소비와 순환을 잇는 작은 문명이다.

헝가리에서는 음료를 살 때 병값 외에 보증금이 붙는다. 알루미늄 캔, 유리병, PET병이 모두 대상이다. 음료를 다 마신 소비자는 이 기계에 빈 용기를 넣는다. 그러면 기계는 용기의 종류와 상태를 인식하고, 화면에는 모은 개수와 환불 금액이 표시된다. 마지막에 버튼을 누르면 환불 영수증이 나오고, 이는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고 계산대에서 돈처럼 쓸 수도 있다. 단순한 분리수거가 아니라 경제적 보상을 수반하는 순환 구조인 셈이다.

이 시스템에는 전제가 있다. 병을 구기지 않고 깨끗한 상태 그대로 반납해야 한다는 것. 기계는 외형을 인식하기 때문에 찌그러진 용기는 받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는 작은 편리보다 ‘온전히 되돌려주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요구를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환경적 약속이 된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수거 장치지만, 그 속에는 유럽 사회가 길러온 자원 순환 철학이 담겨 있다. 소비자는 물건을 사는 순간부터 사용 후 처리까지 책임 있는 주체로 남는다. 환불 금액은 소액일지라도, 이 과정을 통해 시민의식과 환경 감수성을 체득하는 경험이 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병을 넣는 모습은 재활용을 넘어 하나의 시민 교육 현장이었다.

흥미롭게도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있다. 김정빈 대표가 이끄는 수퍼빈(Superbin)이라는 기업은 ‘네프론(Nephron)’이라는 인공지능 기반 회수 로봇을 운영한다. 투명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을 넣으면 포인트가 쌓이고, 앱을 통해 현금처럼 환급받을 수 있다. 헝가리의 기계가 마트 현장에서 즉각적인 환불을 제공한다면, 한국의 네프론은 앱과 연계해 데이터 기반의 순환경제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확장된 구조를 보여준다.

결국 헝가리의 REpont이든 한국의 네프론이든, 두 장치는 공통으로 우리에게 말한다. “쓰레기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문명이 지향해야 할 가장 일상적인 실천일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대형 마트 안, 노란색의 기계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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