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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법, 초원의 전술이 역사를 바꾸다

유럽의 한 사본에 남겨진 아바르 기병도의 한 장면이다. 그것은 초원의 민족들이 수천 년간 전수를 이어온 배사법(背射法, Parthian shot)이라는 전술의 정수를 담고 있다.

헝가리 국립박물관

배사법은 말을 타고 달리며 뒤를 돌아 적을 향해 활을 쏘는 기술이다. 보통 군사적 ‘퇴각’은 약세의 징표지만, 유목민의 퇴각은 역습의 전조였다. 추격을 당하다가도 어느 순간 뒤돌아 쏘는 화살은 적의 예상을 깨뜨렸고, 기동력에 의존한 유목 기병의 위력을 극대화했다. 따라서 이 전술은 단순한 무예가 아니라, 초원의 전쟁 철학을 응축한 행위였다.

역사는 이 배사법 앞에서 무릎을 꿇곤 했다. 기원전 흑해 북방의 스키타이와 사르마타가 그러했고, 파르티아는 카르헤 전투에서 로마의 크라수스를 전멸시켰다. 훈족은 서방 세계를 두려움에 빠뜨렸으며, 아바르 역시 카르파티아 분지에서 로마·비잔틴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훗날 몽골군 역시 이 전술을 이어받아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었다.

아바르 궁수들이 그려진 이 그림 속에서는 검과 창을 쥔 전사들과 더불어, 뒤돌아 활을 겨누는 기병이 함께 등장한다. 이는 퇴각과 공격이 동시에 펼쳐지는 유목민 전술의 복합성을 보여준다. 곧바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달리면서도 치명적인 화살을 퍼붓는 그들의 전법은 단순한 병법이 아닌 생존의 지혜이자 초원의 문화 코드였다.

오늘날 우리는 흔히 로마의 법과 비잔틴의 문화를 유럽 문명의 뿌리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이처럼 끊임없이 제국을 위협하며, 새로운 질서를 강요한 초원의 민족들이 있었다. 배사법은 단지 화살을 쏘는 기술이 아니라, 정착 세계와 유목 세계의 힘의 균형을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인 것이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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