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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키는 여신, 남중국의 신앙 심장, 천후궁(天后宮)

 

중국 남부 연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바닷가 마을마다 빠짐없이 자리한 붉은색 지붕의 사당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천후궁(天后宮)이다. 현지인들은 이를 낭니앙묘(娘娘廟) 또는 마조묘(媽祖廟)라 부르기도 한다. 이름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모시는 인물은 모두 같다. 바로 어민과 항해자들에게 ‘바다의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마조(媽祖, 본명 임묘 林黙)다.

마조는 송나라 시대 중국 복건성 미조우 섬에서 태어난 실제 인물로, 뛰어난 영력과 인술로 바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파도와 폭풍을 잠재우며 어부와 상선, 항해자들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어져, 수 세기 동안 해안 지역의 신앙적 중심이 되어왔다. 민간에서는 그녀가 전생에 관음보살의 좌하에서 바다를 관장하던 용녀 해신이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천후궁은 단순한 사당을 넘어, 해양 문화와 민속 신앙이 집약된 공간이다. 매일같이 많은 어부들이 바다로 떠나기 전 이곳을 찾아 향을 피우고 두 손을 모은다. 파도와 풍랑에 맞서야 하는 그들에게 마조는 단순한 신이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정신적 버팀목이다. 귀환한 후에도 어민들은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의 예를 올린다.

특히 음력 3월 23일, 마조의 탄신일이 되면 천후궁은 화려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북과 징, 용·사자춤이 어우러진 대규모 행렬과 함께 어부와 상인들이 바다의 여신에게 풍어와 무역 번성을 기원한다. 이런 모습은 천후궁이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전통문화를 잇는 ‘살아 있는 신앙의 현장’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천후궁은 중국 남부뿐 아니라 대만, 홍콩, 동남아 화교권까지 퍼져, 해양 문명의 상징이자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백 년 전 폭풍우 속에서 어부들이 부르던 이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향과 기도 속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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