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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 / 복효근 |
짧은 시 한 편이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복효근 시인의 시 「무덤」은 단 두 줄의 간결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더 이상 덤이 없는 곳 / 그러니까 이 세상은 덤이라는 뜻”
이 시는 ‘덤’이라는 일상적 단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덤이 없는 곳’은 죽음을 상징하며, 그 대조 속에서 ‘이 세상은 덤’이라는 문장은 삶을 하나의 보너스, 허락된 선물로 해석하게 한다. 짧은 문장 속에 삶과 죽음, 기대와 상실, 소유와 무소유의 관계가 압축돼 있다.
문학평단에서는 이 시를 ‘간결한 반전 구조를 통해 일상의 언어를 철학적으로 전환한 작품’으로 평가한다. 무덤이라는 궁극적 상실의 공간을 삶의 해석 출발점으로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누리는 모든 순간이 사실은 ‘덤’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허무가 아니라, 주어진 삶에 대한 감사와 겸허함으로 이어지는 성찰의 계기를 마련한다.
복효근 시인은 1962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다수의 시집을 발표하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왔고, 문단 내에서도 독창적 언어 감각으로 주목받아왔다. 2024년에는 제1회 한국작가상 시 부문에서 『소원 비는 곳에서』로 수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디카시 강연자로 나서 창작 원리를 전하며, 문학을 대중과 소통하는 현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 그는 브런치 매체를 통해 케냐 구호 활동 계획을 밝히는 등, 시인으로서의 삶을 넘어 사회적 실천에도 나서고 있다. 개인 SNS에서는 “요즘 나는 덤이 남은 시간을 오롯이 혼자이고 싶더라”는 문장을 남기며, 자신의 시와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무덤」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늘날의 빠르고 소비적인 삶 속에서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과 소유, 기대와 욕망의 구조를 뒤집어보라는 요청이다. 죽음이라는 ‘덤이 없는 곳’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 시는, 짧지만 강한 울림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차보람 기자 carbor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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