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성회”로 전락한 학문…누가 누구를 사이비라 하는가
10월 25일, 서울대 인문대학 일대에서 열린 이른바 ‘전국역사학대회’는 간판과 달리 학문 토론장이 아니었다. 민족사학을 ‘사이비’로 낙인찍고, 식민사관의 낡은 도식을 재무장시키는 결의대회, 오종홍 기자의 기사 그대로 ‘부흥성회’였다. 강연장마다 울린 건 사료 검증이 아니라 선동의 어조였다. “극우”“위험성” 같은 도발적 어휘로 상대를 도매금으로 몰아붙이며, 젊은 연구자들을 ‘정신무장’시키려는 태도는 학문이 아니라 교조다.
우리는 묻는다. 누가 누구를 사이비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가. 1차 사료를 정면으로 읽고, 상호비판으로 서술을 가다듬자는 학문의 기본 대신, 이미 판결 내려진 결론을 확인시키는 의식(儀式)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사이비의 전형 아닌가.
낙랑군을 둘러싼 핵심 쟁점—“평양 고착”은 학문이 아니라 정치다
식민사학 진영이 집요하게 고집하는 두 축은 분명하다.
한사군 한반도설·낙랑군 평양설의 고착
낙랑군을 ‘평양-420년 존속’으로 시간과 장소를 고정시키는 해석은, 학계 내부에서조차 이견과 재검토 요구가 누적돼 왔다. 중국 사서의 다층적 기록과 지리지 전거, 고고 자료의 출처·맥락 논쟁을 덮어둔 채 결론부터 정해두고 사료를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한사군 요동설’ 등 다양한 가능성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 ‘이단’ 취급을 받는다. 이것이 과연 학문인가.
출토품의 진위·유통 경로·편년·문화적 맥락에 대한 엄격한 검증은 고고학의 생명선이다. 그런데도 일부 진영은 출처 불분명한 표본이나 과거 제기된 조작·매집 의혹을 논쟁 종결의 증거처럼 내세운다. 비판과 재검증을 요구하면 “사이비”라며 인신공격으로 막는다. 검증을 두려워하는 학문은 스스로의 무덤을 판다.
민족사학에 덧씌운 프레임—‘극우’라는 낙인은 논리의 빈자리를 감춘다
독립운동사의 흐름을 잇는 역사관을 ‘극우’로 매도하는 언사는 역사 전통에 대한 모독이다. 프레임 씌우기로 논점을 흐리기보다, 원문과 유물, 지리와 언어, 비교사·고고 데이터로 맞부딪혀야 한다. 민족사학 진영의 과오가 있다면 지적하라. 그러나 사료 독해와 대안 가설을 제시하는 시도를 ‘음모론’으로 묶어 매장하는 건 반지성이다.
더구나 민족사학·시민사회와의 정책 협력까지 훼방하며, 현장에 잠입해 사진을 빨간 동그라미로 조롱하는 저급한 낙인 정치는 학문이 아니라 선전전이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공포와 조롱의 기억을 주입해 사유의 폭을 좁히는 행태,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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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대회의 주장이 맞다면 그들은 이 한나라 지도를 맞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이버 외교단체 반크가 그렇게 고쳐야 한다고 전 세계에 대고 신고를 해도 소용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
22개 학회에 묻는다—동북공정의 지도를 정말로 떠안을 것인가
이번 대회에 이름을 올린 22개 학회는 스스로 돌아보라. 한사군·낙랑군의 ‘한반도 평양 고착’을 당연시하는 순간, 한(漢) 제국의 지도 속 한반도 북부 편입이라는 동북공정의 논리와 교차한다. 반크가 세계에 항의하는 그 지도를, 우리는 학문 이름으로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학문은 국제정치의 도구로 굴복해서는 안 되지만, 자국사의 영토·주권 감수성을 스스로 버리는 것이 결코 ‘객관’은 아니다. 객관이란 다양한 사료의 충돌을 보여주고, 해석의 경합을 드러내고, 결론의 한계를 명시하는 태도다.
우리가 요구한다—이것이 최소한의 학문 윤리다
1차 사료 총람 공개 토론
낙랑군 위치·편년과 관련된 중국·한반도·제3국 사료를 범주별로 공개 목록화하고, 대응 구절·용례를 학파 불문 공동 검토하라. 연표와 지도는 한 가지 버전이 아니라 여러 가설병기(倂記)로 제시하라.
고고 표본의 출처·연구 노트 전면 공개
수집·매입 경로, 편년 방법, 실험 데이터, 연구 노트를 학회 차원에서 오픈 과학으로 공개하라. 재현 가능한 검증 없이 ‘정설’은 없다.
학회 세션의 공정 구성
특정 노선 독점 패널을 금지하고, 상반된 견해의 토론자를 반드시 배치하라. 비판자를 초청하되 발언권·자료 접근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라.
교육용 자료의 다안(多案) 표기
중고교·대학 교재의 지도를 ‘확정본’처럼 단정하지 말고, 가설·근거·한계를 함께 표시하라.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한 줄 결론’이 아니라 사유의 근육이다.
낙인·인신공격 중단 선언
‘사이비’ ‘극우’ ‘가짜학문’ 같은 정치적 언사를 금지하라. 사실 비판은 하되 인격 모독은 금한다—이 최소한의 선을 넘으면 학문 공동체의 신뢰가 붕괴한다.
결론—식민사학의 언어를 넘어, 주권적 역사학으로
식민사학은 단지 과거의 틀을 답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기 의심을 멈춘 순간, 학문은 권력이 되고, 권력은 언어를 폭력으로 바꾼다. 낙랑군·한사군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의 학문 주권을 시험하는 리트머스다.
우리는 격정적으로 선언한다.
사료 위에 서라. 가설은 경합하고, 증거는 공개하라.
낙인을 버려라. 젊은 학도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질문이다.
지도를 다시 그려라. 단정 대신, 가능성의 지평을 펼쳐라.
이것이 학문이다. 이것이 주권이다. 이것이, 우리가 더 이상 왜구 치하의 그림자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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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지도가 이렇게 한나라 지도를 그리며 당신들을 응원하고 있으니 속이 시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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