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회(홍순서·박용갑·김춘수·백슬기·유은희 의원 5인이 공동발의)가 최근 제정한 ‘반려동물 장례문화 지원 조례’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례는 ‘반려동물 사체의 존엄한 장례절차 보장’, ‘장례비 지원’, ‘인식 개선 교육’ 등을 골자로 한다. 표면적으로는 생명 존중의 확장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복지보다 앞선 동물 복지”라는 불편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사람의 장례비도 없는 세상, 이제는 개의 장례비를?”
장례문화 칼럼니스트 이상재 교수는 이번 사안을 두고 단호히 말했다. “사람의 죽음은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고, 동물의 죽음은 정서적 치유의 문제입니다. 그 구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가치판단을 넘어선 사회 윤리의 질문이 담겨 있다. 그는 “지자체가 사람의 장례조차 예산 부족으로 방치하고 있으면서, 반려동물의 장례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복지의 우선순위가 전도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 고독사 노인, 장애인 사망자들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먼저 인간의 눈물부터 닦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애도와 상업화의 경계가 무너진 현장
최근 일부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는 사람의 장례식장에서나 볼 수 있던 ‘조의금함’이 등장했다. 조문객으로부터 금전을 받는 풍경이 반려동물 장례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현상을 “애도의 상업화”라 규정했다. “애도는 공감과 위로의 감정 교류이지,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반려동물 장례가 사람의 형식을 흉내 내는 순간, 그 순수한 추모의 의미는 사라집니다.”
그는 진정한 반려동물 장례란 ‘생명을 함께한 시간에 대한 감사와 이별의 의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의금함을 두는 행위는 슬픔을 거래로 바꾸는 일이며, 반려의 의미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인간 중심의 생명 윤리, 다시 세워야
이상재 교수는 반려동물 장례교육의 출발점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람과 동물의 생명은 다르지만, 모두 존중되어야 합니다. 다만 이 둘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생명 존중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고, 반려동물 복지는 그 윤리의 확장선입니다.”
그의 이 발언은 “생명 존중”이라는 아름다운 말 속에서 종종 잊히는 ‘인간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일깨운다. 인간의 죽음을 외면한 채 동물의 존엄만 외친다면, 그것은 복지가 아니라 위선이다.
복지의 순서, 사람에서 출발해야
지자체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반려동물의 장례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을 존중하는 제도를 세우는 것이다. ‘존엄한 장례’의 출발점은 인간에게 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사람의 죽음을 외면한 채 동물의 죽음을 위로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도피”다. 생명에 대한 진정한 존중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반려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사람의 장례를 돌보지 못하는 사회가, 동물의 장례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람의 눈물부터 닦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물음은 단지 한 교수의 외침이 아니라, 이 시대 복지의 방향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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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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