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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가락중앙종친회 추향대제 봉행… 수로왕과 가야왕실의 정신을 잇다
2025 추향대제 - 수로왕과 가야왕실의 정신을 잇다

가을의 기운이 깊어가는 11월 4일, 김해 김수로왕릉 경내에 자리한 숭선전과 숭안전에서는 가락중앙종친회가 주관하는 추향대제의 첫날 일정이 엄숙히 봉행되었다. 가락중앙종친회는 김해김씨와 허씨, 인천이씨는 물론, 역사적 계보를 함께하는 양산이씨가 한 문중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대종중 공동체이며, 이번 추향대제 역시 네 종성이 한마음으로 조상을 기리는 자리로 꾸려졌다.

 

2025 추향대제 - 수로왕과 가야왕실의 정신을 잇다

추향대제는 매년 음력 9월 15일을 기준으로 하여 사흘에 걸쳐 거행되는 제향 의식으로서, 봄에 올리는 춘향대제와 더불어 가락종친회가 가장 크게 여기는 문중 의례이다. 이 행사는 단순히 전통 제례를 반복하는 절차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가락 왕실의 정신, 혈통의 계승, 그리고 후손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다지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첫날 제향은 김수로왕과 허황후를 모신 숭선전과 제2대부터 제9대에 이르는 가야의 왕과 왕비를 모신 숭안전에서 제향이 동시에 거행되었다. 제례는 전통 유교 예법에 따른 삼헌례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초헌관과 아헌관, 종헌관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향과 술잔을 올리며 선조의 덕을 기리고 후손된 이들의 도리를 되새겼다. 이 날 제례의 초헌관은 김경수 가락중앙 청년회 회장이, 아헌관은 전 납능 김병직 참봉이, 종헌관은 유학 김병국께서 맡아 예를 받들었다.

 

2025 추향대제 - 수로왕과 가야왕실의 정신을 잇다

제향에 참여한 종친들은 엄숙하고 경건한 자세를 유지하였으며, 현장에는 김해 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종친과 문중 어른들, 그리고 청년 종친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뿌리의식’이 여전히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 되었다.

 

가락대전종친회 종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추향대제는 다음 날 산청 덕양전에서 10대 구형왕과 계화왕후를 기리는 제향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날 경주 숭무전에서는 흥무대왕 김유신 장군과 부인을 기리는 제향으로 마무리된다. 김해에서 산청, 그리고 경주로 이어지는 이 3일의 여정은 가락의 역사와 왕도 정신을 따라 걷는 ‘후손의 순례’로 이해할 수 있다.

대전에서 참석했다는 한 종친은 “회사에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참석이 쉽지 않았으나, 매년 봄·가을로 이어지는 문중의 중요한 행사인만큼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었다”며 “이 세상에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의 나 한 사람도 선조들의 지난한 삶과 역사가 쌓여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 은혜를 기억하고자 참석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시조인 김수로왕 능의 모습

참고로 김수로왕과 허황후 사이에는 열 아들과 두 딸이 있었다. 이 중 첫째 왕자는 가야의 2대왕인 거등왕이 되고 둘째와 셋째 왕자는 허석과 허명으로 허씨 성을 받아 허씨의 시조가 된다. 그리고 남은 일곱 왕자는 허황후의 오빠인 장유화상과 함께 하동 칠불사에서 득도했다고 전하나 실재로는 이후 일본 규슈로 건너가 그곳 지역을 평정하고 다스렸으며 큐슈에는 일곱 왕자가 각기 이용했다는 ‘칠항(七抗)’이 역사적으로 남아 있어 실재한 역사임을 증명하고 있다.

두 공주 중 한 분은 신라 왕실의 왕후가 되었고, 다른 한 공주 묘견(妙見)은 큐슈지역으로 건너가 일본 고대 국가인 야마이국(邪馬壹國)을 통일한 여왕 비미호(卑彌呼, 히미코)와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현재 일본 규슈 구마모토 야쓰시로시에는 묘견신사가 있으며, 매년 묘견제(妙見祭)가 열려 그 기억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로왕 능 가까이에 구지봉과 허황후의 능이 있다

초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길목에서 올려진 이번 추향대제는 조상을 기억하는 일은 곧 자신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일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바쁜 시대 속에서도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종친들의 마음이 모여, 가야 왕실의 정신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해은사가 있는 분산성에 올라 바라본 김해시의 모습

 

차보람 기자  carbor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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