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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입동....겨울의 문턱에서 배우는 '쉼의 시간' |
입동(立冬)은 본격적인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시기이다. 이때부터 기온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들판의 풀과 나뭇잎은 마르며, 동식물들은 생장을 멈추고 내부로 기운을 응축하는 ‘휴식의 시간’에 들어간다. 그러나 자연에서의 입동은 멈춤이 아닌 준비를 의미한다.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해의 꽃과 열매를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절기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실천했다. 마을에서는 향약(鄕約)에 따라 춘추로 양로연을 베풀었고, 특히 입동과 동지, 섣달그믐에는 마을의 어른들에게 치계미(雉鷄米)를 선물로 드려 공경의 마음을 전했다. 비록 논 한 뙈기, 밭 한 뙈기 없는 집이라 할지라도 이 날만큼은 정성을 다해 선물을 마련했다고 하니, 이는 오늘날 다시 새겨야 할 귀한 미풍양속이다.
이 시기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살림도 본격화된다. 무와 배추를 거두어 김장을 하고, 저장 항아리를 묻었으며, 불가에서는 스님들이 동안거(冬安居)에 들어 정진하였다. 입동 무렵 김장을 담그면 맛이 가장 좋다고 하였고, 입동 날씨가 춥고 맑으면 그해 겨울이 춥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요즘은 김치냉장고 덕에 시기가 크게 구애받지 않지만, 예전에는 입동을 넘기면 김치 맛이 덜 산뜻해진다고 했다.
입동에 즐겨 먹는 대표 음식으로는 추어탕과 시루떡이 있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어 끓이는 추어탕은 필수 아미노산과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A가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 예방에 좋으며, 칼슘이 많아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시루떡은 새 곡식으로 쪄서 집안과 토광, 외양간에도 고사를 지낸 뒤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한 해의 무사함에 감사하고 공동체의 일체감을 다지기 위한 의례였다. 특히 팥 시루떡은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칼슘과 인이 풍부해 겨울철 뼈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입동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날이 아니라, 서로 돌보고 나누며 다가올 겨울을 함께 견디려 했던 마음이 살아 있는 날이었다. 자연이 내적으로 에너지를 모으듯, 사람도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따끈하게 갓 찐 시루떡 한 조각,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추어탕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데우며 겨울의 문턱을 부드럽게 건너가길 바란다.
한 해의 노고가 잘 마무리되고, 다가올 겨울에도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최유정 기자 susan1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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