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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박영, 소장품전 ‘知 & 紙’展 개최… 책과 종이가 만들어온 사유의 미학을 탐구하다
갤러리박영 소장품전

2025년 11월 파주 출판단지의 가을, 사유의 깊이가 무르익는 계절을 맞아 갤러리박영이 소장품전 ‘知 & 紙(지앤지)’展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박영이 2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한 ‘박영사 역사관’ 오픈을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한국 출판문화 70여 년의 발자취와 책·종이가 지닌 예술적 사유의 깊이를 조명한다.

갤러리박영은 1952년 창립된 도서출판박영사의 문화지원사업부로, 2008년 파주출판단지에 개관한 제1호 갤러리다. 창업주가 강조한 ‘박영(博英)’, 즉 ‘넓게 인재를 길러낸다’는 정신은 책과 종이를 단순한 지식의 전달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감각이 담기는 ‘사유의 물질’로 바라보게 하는 문화적 가치로 이어져 왔다. 이번 전시는 안종만 박영사 회장이 40여 년간 수집해온 컬렉션 중에서 종이와 책을 사유의 매개로 삼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역사관에는 박영사 선대 회장 고(故) 안원옥이 소장했던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등 근현대 동양화 거장들의 작품을 비롯해 서예 작품과 박영사 초기의 귀중한 고서들이 함께 전시된다. 관람객은 이 공간에서 출판의 역사와 예술의 현재가 서로 겹쳐지는 장소적 경험을 통해, 책과 종이가 이어온 지식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전시 제목 ‘知(앎)’과 ‘紙(종이)’는 서로 다른 영역을 지시하는 두 개의 ‘지(紙/知)’가 만나는 지점, 즉 ‘생각이 기록되고 머무르는 자리’를 의미한다. 책은 사유가 종이 위에서 층위를 이루며 쌓여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이때 종이는 단순한 물리적 재료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감각이 새겨지는 장(場)이 된다. 가스통 바슐라르가 말한 ‘물질은 상상력의 근원’이라는 관점처럼, 종이는 생각을 담고 다시 확장시키는 예술적 세계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에는 전광영, 캔디다 회퍼, 랄프 플렉, 조나단 캘런, 패트릭 휴즈, 함섭, 서정민, 양만기 등 국내외 작가 13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종이, 책, 활자, 기록, 아카이브 등 지식의 매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며, 회화·조각·사진을 통해 ‘사유의 형태’가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작품들은 관람자의 시선과 해석 속에서 다시 읽히고 다시 쓰이게 된다. 롤랑 바르트가 텍스트를 ‘닫힌 의미가 아닌 열린 공간’으로 설명하듯, 이번 전시 역시 ‘읽히는 예술’과 ‘사유를 부르는 이미지’라는 개념을 함께 탐구한다.

갤러리박영은 출판의 도시 파주에서 ‘책’과 ‘예술’이라는 두 언어를 이어온 대표적 문화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출판문화와 현대미술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기록과 종이가 지닌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관람객은 책장을 넘기는 행위 속에 깃든 지식과 감각, 그리고 예술적 사유의 흐름이 어떻게 형상화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는 순간, 갤러리박영은 책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는 공간에서 또 한 번 사유의 계절을 연다.

# 관람 안내
-관람 시간: 월~토 10:00~18:00
-휴관일: 매주 일요일 및 공휴일(단, 사전 예약 시 관람 가능)
-관람료: 무료 (단체 관람 시 사전 예약 및 상시 전시 해설 제공)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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