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사학이 왜곡해 놓은 가야사(伽倻史)를 바로잡기 위한 ‘제8회 함창고녕가야 역사복원을 위한 학술대회’가 15일 오후 1시 문경시문화원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문경상주함창 고녕가야선양회(대표 지정스님)가 주최·주관하고 문경 봉천사가 협찬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가야의 실체와 고대 동아시아사의 핵심 쟁점을 다룬 네 편의 발표가 진행됐다.
올해 학술대회의 가장 큰 관심은 이완영 대한사랑 학술위원이 발표한 ‘진경대사탑비 비문 변조에 의한 가야와 임나 논쟁 고찰’에 집중됐다. 이 위원은 발표에서 “100여 년간 임나=가야설의 근거로 활용된 진경대사탑비의 핵심 글자가 애초에 ‘임나(任那)’가 아니라 ‘주나(住那)’였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주나를 임나로 바꿔 읽었다”…학계 충격
이완영 위원은 “식민지배기 일본 학자들이 『일본서기』의 임나설을 한국 고대사의 공식 해석으로 만들기 위해 비문을 의도적으로 오독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1918~1919년 사이 발표한 논문을 조작의 시발점으로 지적했다.
이 위원은 “비석의 글씨는 육안으로도 ‘주나(住那)’로 보이며, 이는 1832년 청나라에서 편찬된 『해동금석원』과 일본에서 국보로 관리 중인 당나라 『한원(翰苑)』 원문에도 명확히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발행된 영인본에서는 원문이 ‘임나’로 통일돼 있다”며 “이는 명백한 식민사학 추종의 결과”라고 했다.
그는 또한 “동북아역사재단 번역본조차 글자는 주나인데도 일본 학계의 주장을 따라 임나로 해석한다는 주석을 달았다”며 “공식 연구기관조차 일본식 해석을 답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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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림 역사문화TV 화면 캡쳐 |
‘원조(遠祖)’ 해석 오류 지적…“김유신 아닌 진경대사 이야기”
이 발표는 진경대사탑비의 전체 해석 구조에도 큰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비문의 ‘아부원조흥무대왕(我部遠祖興武大王)’이 100년 동안 ‘김유신의 먼 조상’이라는 식으로 해석돼왔으나, 원조(遠祖)는 한문 용례상 시조·개국자를 뜻하며 ‘먼 조상’이라는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또 기존 학계가 비문의 여러 칭송 구절을 김유신에 대한 찬양으로 이해했던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비석의 주체는 경명왕이고, 비문의 목적은 진경대사를 기리는 데 있다”며 “따라서 칭송의 대상 역시 김유신이 아니라 진경대사여야 문장의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특히 비문에 기록된 ‘삼조(三朝)’가 진경대사가 섬긴 진성여왕·효공왕·경명왕 세 명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이는 김유신과 완전히 다른 구조”라고 했다.
“진경대사탑비는 임나=가야설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발표의 종합 결론은 명확했다.
“주나(住那)가 원문임이 확인된 이상, 진경대사탑비는 더 이상 임나=가야설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 위원은 “광개토대왕릉비, 삼국사기 강수 열전 등 몇몇 사료를 조합해 만들었던 ‘임나=가야’ 구조는 근본적으로 식민사학적 조작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이제 학계는 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야사 바로 세우기, 지역에서 시작
학술대회 관계자는 “일본 식민사학의 영향력이 여전히 한국의 고대사 연구를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역사 복원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향후 고녕가야의 실체와 가야사 복원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지정스님을 비롯해 이하우 교수, 장성규 원장 등이 가야와 신라, 암각화 연구 등 다방면의 주제를 발표하며 다양한 학술 성과를 공유했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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