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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 켄고, 성수동에서 ‘약한 건축’의 미래를 묻다
일본인 건축가 쿠마 켄고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는 스스로를 “압도하지 않는 건축가”라 소개한다. 도쿄 국립경기장부터 부산 롯데타워까지, 그의 이름은 늘 거대한 프로젝트와 함께 거론되지만, 정작 그의 건축은 ‘강함’이 아니라 ‘약함’을 향해 있다.

콘크리트와 강철이 지배하던 시대에 나무라는 부드러운 재료를 선택하고, 지형을 깎아내기보다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낮추는 방식. 그는 이러한 철학을 ‘환경에 지는 건축’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금, 그 철학의 새로운 실험장이 서울 성수동으로 옮겨왔다.

쿠마 켄고는 최근 성동구 성수동에 스튜디오를 열고 한국에서의 연구와 설계를 본격화했다. 그가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동네로 성수를 꼽으며 “도쿄보다 실험적 건축이 가능한 도시”라고 언급한 것은 이미 여러 건축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단순한 해외 지사 설립이 아니라, 한국의 도시 구조와 문화적 감수성을 그의 건축 언어로 해석해 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실제로 그는 성수 일대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낡은 골목과 기존 구조물을 살려 새로운 건축적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최근 업적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것은 서초구 내곡동에 문을 연 ‘오디움(Audeum)’이다. 이 오디오 박물관은 겹겹이 쌓인 루버 구조의 외벽과 나무결의 질감을 살린 내부 공간을 통해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건축적으로 시각화한 공간이다. 나무가 공기와 울림을 품고, 빛이 틈 사이로 흐르며,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반응하는 구조는 쿠마의 일관된 철학 (물질의 강함보다 감각의 풍성함을 중시하는 태도)을 잘 보여준다.

또한 그는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의 종합 설계를 맡아 오래된 주택의 리노베이션과 새로운 구조물의 조화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이는 도시를 완전히 새로 쓰는 방식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을 살려 미래의 공간으로 이어 붙이는 재생적 건축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쿠마가 강조하는 ‘약한 건축’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약함은 결핍이나 부족함이 아니라, 주변을 존중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세계가 그에게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한 구조물과 화려한 상징이 도시를 압박하는 시대에, 쿠마는 오히려 작은 것, 부드러운 것,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그의 건축은 시각적 화려함보다 촉각·청각·바람의 흐름 같은 감각적 층위를 열어주며, 사람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지속 가능성, 감성 회복, 문화적 정체성의 재발견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성수동의 스튜디오는 단순한 작업 공간이 아니라, 이러한 철학을 한국 도시 속에서 검증하고 확장하는 실험실과도 같다. 쿠마 켄고가 성수동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 그리고 한국 도시에 남기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도시는 강해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약할 때 더 깊고 넓게 열린다.”

그의 건축이 성수동의 골목 곳곳에서 어떤 형태로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쿠마 켄고가 촉발하는 이 ‘약함의 건축’ 논의가 앞으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감수성과 미래 전략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함을 향하던 시대가 저물고, 공존과 감각을 회복하는 새로운 도시 철학이 필요해진 지금, 그의 실험은 도시가 나아갈 다음 단계를 묻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강승효 기자  staff102b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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