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언급하며 역사 학계 안팎의 논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저명한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가 학계의 배타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환단고기가 위서(僞書)라는 이유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 "역사성 부족하다고 폐기? 성서학계는 다르다"
오 교수는 최근 한 역사학 교수가 SNS상에서 "환단고기는 역사성이 없는 위서이므로 가치가 없고, 이를 연구하는 이들은 사이비"라고 비판한 것을 거론하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종교학자의 관점에서 '성경'을 예로 들었다. 오 교수는 "구약성경의 창조, 아브라함, 출애굽기 이야기나 신약의 내용들이 역사적 사실과 완벽히 부합한다고 보는 성서학자는 거의 없다"며 "성공회 존 쉘비 스퐁 주교의 경우 요한복음의 인물과 사건을 저자의 상상력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성경을 가치 없는 문헌으로 취급하거나, 이를 연구하는 신학자들을 사이비로 몰지는 않는다"며, 유독 환단고기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연구 자체를 봉쇄하려는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 "위서라도 그 시대의 '시대정신' 읽는 자료"
오 교수는 환단고기의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문헌 자체가 가지는 사상사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령 환단고기가 위서라 하더라도, 그것을 쓴 사람들의 역사의식이 어떠했는지, 집필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어떠했기에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즉, 텍스트의 진위 논란을 넘어 텍스트가 생산된 맥락(Context)을 연구하는 것 또한 학문의 영역이라는 지적이다.
◇ 강단 사학계의 '순혈주의' 비판
끝으로 오 교수는 소위 '강단 사학자'들이 '재야 사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강단 사학자들이 재야 사학자들에 대해 보이는 고고한 태도가 과연 정당한가"라고 반문하며,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이 논쟁을 보며 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오 교수의 발언은 단순히 환단고기의 진위를 넘어, 역사적 사료를 대하는 학계의 경직된 태도와 해석의 다양성을 둘러싼 논쟁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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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오강남 교수의 글 전문이다
환단고기 문제에 한 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하면서 환단고기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된 분위기입니다. 오늘 아침 우연히 SNS에 나타나 환단고기에 대해 말하는 어느 역사학 교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논지는 환단고기는 역사성이 없는 위서이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문헌이고,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역사학자라고도 할 수 없는 사이비라고 했습니다.
저는 환단고기의 내용에 완전한 역사성이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환단고기가 역사성이 결여하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데,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결국 사이비 역사학자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성경과 관련해서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성서학자들 중에는 이른바 구약성경에 나오는 창조 이야기나 아브라함 이야기나 출애급기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는 이야기라고 여기는 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신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성공회의 존 쉘비 스퐁 주교가 쓴 요한복음 주석서를 보면 요한복음에 나오는 모든 사건 모든 인물들은 완전히 저자 혹은 저자들의 상상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구약성서나 신약성서에 역사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문헌이고 이를 연구하는 성서 신학자들은 사이비 가짜 신학자자라 취급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은 환단고기가 위서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쓴 사람들의 역사의식이 어떠했던가? 그리고 그것을 쓸 당시의 역사적 상황은 어떠했길래 그런 것을 쓰게 되었던가 하는 등을 알아보기 위한 자료로서라도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강단 사학자들이 재야 사학자들에 대해 보이는 고고한 태도가 정당한가 하여 한 마디 했습니다. 역사학자도 아닌 주제에 이 논쟁에 더 이상 끼어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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