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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창우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회장 |
1984년 전기설비 점검 중 2만2900볼트 전류에 감전돼 두 팔을 잃는 사고를 겪고서도 오히려 그 이후의 삶을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화가가 있다. 바로 ‘의수 화가’로 알려진 석창우(70) 화백이다.
석 화백은 29세이던 1984년 전기 점검 작업 중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었지만, 절망 대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았다. 사고 직후 ‘무력함’과 무의미함에 빠졌던 그는, 아들의 “그림을 그려줘”라는 한마디를 계기로 처음으로 펜을 잡았고, 그것이 그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초기에 붓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그는 의수에 붓을 테이프로 고정해 한 획 한 획을 온몸으로 만들어내는 수묵 크로키 작업을 시작했다. 몸 전체를 활용해 움직이는 역동적 이미지와 순간을 담는 그의 작품은 곧 독창성을 인정받았고, 국내외 개인전 47회, 그룹전 300여 회 이상 선보이며 굵직한 전시 이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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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창우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회장 |
석 화백의 작업은 단순 회화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캔버스 앞에서 몸 전체로 붓을 휘두르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예술과 삶의 일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소치 동계 패럴림픽 폐막식과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도 그의 수묵 퍼포먼스는 무대에 올랐다.
그의 작품 세계는 ‘한계 너머의 표현’으로 요약된다. 석 화백은 “육체를 도구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의 예술이다”라고 말하며 불편함을 도전의 에너지로 전환해왔다. 또한 단순한 형상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신앙적 감수성을 드러내며 종교적 텍스트와 페달을 밟는 사이클 선수의 역동적 이미지를 접목하는 등 깊이 있는 표현 세계를 펼친다.
최근에는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후배 장애 예술인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를 강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여전히 갈고리 형태의 전통적 의수를 붓 도구로 사용하며, “기계적인 로봇 의수가 나의 그림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는 그의 예술관이 단지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삶의 궤적과 체험이 녹아 있는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석 화백은 최근 국악방송 TV 다큐멘터리 «나는 예술가»에 출연, “뜻밖의 사고로 손이 있는 30년과 손이 없는 40년을 살았는데, 손 없이 산 40년이 더 행복했다”고 고백하며, 자신을 한계로 규정하지 않고 매일 새로운 표현을 추구해온 삶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한 인간의 의지, 신체적 조건의 한계를 넘어선 예술적 자유의 몸부림으로 평가받는다. 40년 넘게 이어온 예술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중심에는 ‘몸 없는 손’을 붓 삼아 새로운 의미를 그려내는 화가, 석창우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가 자리한다.
최유정 기자 susan1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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