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강인욱 교수가 보여준 ‘환단고기’에 대한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는 시종일관 이를 ‘논할 가치도 없는 위서’이자 ‘국가 망신’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야 할 학자의 자세라기보다, 기득권화된 학문의 영역을 지키려는 폐쇄적인 성역 쌓기에 가깝다. 강 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해 보고자 한다.
[뉴스] 고고학자 강인욱 "환단고기? 논쟁하는 것 자체가 국가망신" 2025.12.19. SBS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317669?sid=100
첫째, ‘증거가 없다’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니다. 강 교수는 만 년 전 거대 제국의 존재를 빙하기 직후라는 이유로 부정한다. 그러나 인류사는 언제나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지점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뤄왔다.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정교한 석조 건축물이 농경 시작 전인 1만 2,000년 전에 이미 존재했음을 증명하며 전 세계 고고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주류 학계의 잣대로 ‘상식 밖’이라 하여 탐구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고고학적 게으름이다.
둘째, 사료의 전승 과정을 근대적 문헌학으로만 재단해서는 안 된다. ‘환단고기’가 20세기에 정리되었다는 이유로 위서라 비판받지만, 인류의 수많은 고대 사료는 구전되거나 후대의 편집을 거쳐 완성되었다. 현대적 용어가 섞여 있다는 점이 내용 전체의 허구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고대인들의 세계관과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문화적 동질성의 파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학자의 몫이다.
셋째, ‘나치’나 ‘아틀란티스’와의 단순 비교는 악의적인 프레임이다. 우리 민족의 뿌리를 넓게 보려는 시도를 나치의 인종주의와 비교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다. 이는 자칫 우리 역사를 한반도라는 좁은 틀 안에 가두려는 ‘반도 사관’의 변종으로 비칠 수 있다. 강 교수는 유라시아 교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정치적 공동체였을 가능성은 철저히 배제한다. ‘비슷한 유물이 있다고 같은 나라냐’라는 냉소는 역으로 ‘유물이 같아도 남의 나라’라고 강변하는 주류 사학의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를 ‘국가 망신’이라 규정하는 엘리트주의적 태도를 지적한다. 국민들이 고대사에 열광하는 것을 열등감의 발현이나 IMF 식의 도피로 해석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모독이다. 이는 우리 역사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대중의 건강한 열망을 ‘사이비’로 몰아세우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진정한 국격은 기존 학설에 도전하는 다양한 담론을 수용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려는 열린 태도에서 나온다.
고고학은 땅 아래 묻힌 유물만을 찾는 학문이 아니다. 잊힌 민족의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주류 학계는 ‘위서’라는 단어 뒤에 숨어 대중의 질문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왜 수많은 인텔리조차 이 웅장한 서사에 매료되는지 그 본질적인 울림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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