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 기자가 최근 유튜브 채널 ‘땅의 역사’를 통해 <환단고기>를 두고 "극단적 친일 프레임"이자 "일제 파시즘의 아류"라고 맹비난했다. 대통령의 언급을 빌미 삼아, 우리 민족의 고대사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싸잡아 '친일 논리의 답습'이라 규정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궤변이자, 식민사학의 틀에 갇혀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자가당착이다.
박 기자의 주장은 단순하다. 일본 제국주의가 대륙 침략을 위해 만든 '투란주의'나 '만선사관'의 논리 구조를 <환단고기>가 주어만 바꿔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거대한 영토와 문명의 기원을 주장하는 것이 일본 극우의 논리와 닮았으니, <환단고기>야말로 친일의 잔재라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텍스트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알 수 있다.
첫째, <환단고기>는 일본의 역사 침탈 야욕인 ‘임나일본부설’을 가장 강력하게 깨부수는 사서다. 현재 일본 교과서는 한반도 남부의 가야 땅을 ‘임나’라고 규정하며, 고대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식의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 강단 사학계조차 명쾌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 지점에서, <환단고기>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태백일사>는 ‘임나’가 한반도가 아니라 대마도에 있었으며, 그곳은 왜가 우리를 지배한 땅이 아니라 우리가 왜를 통제하던 거점이었음을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한반도 침략설의 근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책이 어떻게 ‘친일 프레임’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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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일본 천황가의 뿌리를 단군의 신하로 규정함으로써 ‘황국사관’의 정점을 타격한다. 일본 우익의 정신적 지주인 ‘만세일계’ 천황가는 그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러나 <환단고기>는 35대 단군 매륵 시절, 협야후(협야지역의 제후) 배반명을 일본으로 보내 평정케 했으며, 그가 눌러앉아 일본의 시조가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일본 서기의 건국 신화와도 묘하게 맞물리는 지점이다. 즉, 일본의 초대 천황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아니라, 단군의 명을 받은 신하이자 장군이었다는 것이다. 상하 관계를 명확히 하여 일본을 우리 역사의 방계로 편입시키는 이 서술이, 도대체 어떤 논리로 ‘친일’로 둔갑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일본이 지우려 했던 광개토태왕의 일본 열도 정벌 역사를 되살려냈다. 일제가 광개토태왕비문을 조작하고 훼손하면서까지 감추려 했던 진실은 무엇인가? 바로 고구려의 강력한 힘이 바다 건너 왜를 복속시켰다는 사실이다. <환단고기>는 광개토태왕이 대마도와 규슈를 휩쓸고 왜를 평정한 역사를 통쾌하게 기록하고 있다. 일제가 그토록 감추고 싶어 했던 ‘피지배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서를 두고 친일이라 비난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박종인 기자는 광활한 영토와 찬란한 고대사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 논리를 닮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는 '내용'과 '형식'을 혼동한 치명적인 오류다. 잃어버린 우리 역사의 강역(광명한 영토)을 되찾고, 대륙을 호령했던 선조들의 기상을 복원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침략 야욕이 아니라, 짓밟힌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광복(光復)’의 과정이다.
오히려 묻고 싶다. 일제가 축소해 놓은 ‘반도 사관’에 갇혀, 우리 역사가 대륙을 지배했다는 기록만 나오면 “가짜다”, “국수주의다”, “유사역사다”라고 공격하는 행태야말로 일본이 심어놓은 식민사학의 망령이 아닌가?
<환단고기>를 읽으면 친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이 날조해 놓은 거짓 역사의 껍데기를 벗기고, 동아시아 문명의 주역이었던 한민족의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일본의 논리를 베낀 것이 아니라, 일본이 두려워하는 진짜 역사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환단고기>를 공격하는 것이다.
박 기자는 “역사는 감동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했다. 맞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제가 훼손하고 식민사학이 외면한, 그러나 문헌과 유물과 정신으로 살아 숨 쉬는 ‘진짜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 일본 천황을 단군의 신하로, 대마도를 우리의 거점으로 기록한 책을 ‘친일’이라 매도하는 그 용감한 무지함이야말로, 우리가 청산해야 할 진짜 식민 잔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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