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6일, KPI뉴스는 '환단고기는 조작…언론이 중심 잘 잡아야'라는 제목으로 가톨릭대 국사학과 기경량 교수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인터뷰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고대사 연구의 경직성을 지적하며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에 대한 주류 사학계의 반발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기 교수의 발언을 찬찬히 뜯어보면, 학문적 엄밀함이라는 미명 아래 숨겨진 선민의식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보일 뿐이다.
기 교수는 역사 해석의 차이를 두고 '학문적 범죄 행위'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이는 학문을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성역으로 간주하는 교조주의적 태도의 전형이다. 《환단고기》에 후대의 손길이 닿았을 가능성을 논하는 것과, 그 사료가 가진 역사적 함의 자체를 '범죄'로 규정해 입을 막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과학의 역사에서 오늘의 이단이 내일의 정설이 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자기들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면 무조건 '사이비'이자 '범죄'라고 낙인찍는 행태야말로 학문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가장 반지성적인 폭력이다.
특히 '사이비 역사학'이 일제 식민 사학의 논리를 주어만 바꾼 것이라는 주장은 가히 '유체이탈 화법'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현재 한국 주류 사학계가 신봉하는 고대사의 강역과 지명 체계가 일제 강점기 이마니시 류 같은 식민 학자들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본인들이 발을 딛고 선 토양에 섞인 식민 사학의 잔재는 '학술적 성과'로 포장하면서, 오히려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려는 민족주의적 열망을 '파시즘'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은 비겁함을 넘어 가련하기까지 하다. 독립운동가들이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사학 전통을 식민 사학의 아류로 매도하는 것은 학자이기 전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다.
또한 대중과 언론을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기 교수의 시각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언론이 중심을 못 잡는다고 훈계하고, 대중을 '선동당하기 쉬운 노년층'으로 폄하하는 대목에서는 소통을 거부하는 엘리트주의의 끝단이 보인다.
대중이 왜 주류 사학에 등을 돌리고 《환단고기》에 열광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성찰해 본 적이 있는가? 동북공정이나 역사 왜곡 앞에 무기력했던 주류 학계의 무능이 대중의 갈증을 키웠다는 자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저 20~30년 지나 세대가 바뀌면 해결될 문제라고 치부하는 낙관론은 대중과 소통하기를 포기한 학자의 파산 선고와 같다.
결국 이 인터뷰는 주류 사학계가 느끼는 거대한 공포의 기록이다. 대통령의 합리적인 의구심 한마디에 '탄식'하며 집단 성명서를 내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쌓아 올린 논리의 성벽이 얼마나 모래성처럼 허약한지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진정으로 《환단고기》가 허구이고 재야 사학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면, '사이비'라는 비겁한 딱지 뒤에 숨어 독설을 내뱉을 게 아니라 모든 사료를 펼쳐놓고 대중 앞에서 투명하게 끝장 토론을 벌여라. 비판을 '범죄'로 치부하며 담장을 높이는 학문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박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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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문국’ 망령의 부활인가… 남원문화원은 누구를 위한 역사를 가르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