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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꽃이 피어나는 자리… ‘팬지문학상’ 수상작 전시, 삶의 언어를 세상에 건네다 |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이 전시로 관객을 만난다. 제1회 팬지문학상 수상작품 전시회 ‘나를 생각해 주세요’가 오는 1월 1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정독도서관 옆 갤러리 단정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교정시설과 노숙인시설, 지역자활센터 등 사회적 단절의 현장 속에서 태어난 글들이 처음으로 한 공간에 모여 시민과 마주하는 자리다.
전시 제목 ‘나를 생각해 주세요’는 팬지꽃의 꽃말에서 비롯됐다. 팬지(Pansy)의 어원은 프랑스어 ‘팡세(Pensées, 생각)’로, 이번 전시는 글을 쓴 이들의 삶과 사유를 잠시라도 함께 생각해달라는 조용한 요청을 담고 있다. 관람은 매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전시 기간 동안 팬지문학상 수상자와 디딤돌 인문학 참여 강사들이 전시 공간을 함께 지킨다.
팬지문학상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주관하고, 인문공동체 책고집이 수행한 디딤돌 인문학(한국형 클레멘트 코스) 과정에서 제정된 문학상이다. 이 문학상은 전국 53개 교정시설과 노숙인시설, 지역자활센터에 속한 참여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며, 사회적으로 가장 말할 기회가 적었던 이들의 글을 세상으로 연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제1회 팬지문학상에는 전국 26개 교도소와 노숙·자활 관련 시설에서 총 288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이 문학상은 문장의 기교보다 삶을 정직하게 들여다본 태도, 희망과 의지를 놓지 않은 서사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이 특징이다. 글은 평가의 대상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삶 그 자체라는 철학이 심사 전반에 반영됐다.
대상인 문체부 장관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경기도 시흥 베다니마을 강진민 씨의 산문 ‘창백한 아이’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10살 무렵 마주한 학대의 기억을 용기 있게 재현하고, 끝내 아버지를 용서하는 결말이 놀라울 만큼 진실했다”며 이 작품이 지닌 서사의 힘과 인간적 깊이를 높이 평가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장상에 해당하는 최우수상은 네 편이 선정됐다. 제주희망나눔종합지원센터 고명희 씨의 시 ‘가족’, 강서지역자활센터 박재관 씨의 산문 ‘위법망구’, 청주지역자활센터 방윤정 씨의 산문 ‘솔직해지기가 이렇게 힘들다’, 순천디딤빌 이종인 씨의 산문 ‘천사였을까’가 그 주인공이다. 이 밖에도 수원다시서기센터, 화성지역자활센터, 대구교도소, 공주교도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총 15명의 우수상 수상자가 배출됐다.
팬지문학상은 단 한 편의 당선작을 뽑는 기존 문학상과 달리, 20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글쓰기를 통한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문학이 경쟁이 아니라 회복과 연대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도의 구조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디딤돌 인문학을 운영해온 인문공동체 책고집의 최준영 대표는 “가난과 단절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웃들의 애잔한 목소리와 깊은 사유가 담긴 작품들을 더 많은 시민에게 전하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가 글을 쓴 이들에게는 존엄의 확인이 되고, 관람객에게는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딤돌 인문학은 위기와 고립의 시간을 지나온 이들이 인문학을 통해 자신을 다시 이해하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공공 인문 프로그램이다. 읽고, 쓰고, 말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삶을 다시 서술할 언어를 얻는다. ‘디딤돌’이라는 이름에는 거대한 구원이 아니라, 다시 한 발을 내딛게 하는 작고 단단한 발판이 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 역시 그 디딤돌 위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이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 사회를 향해 말을 건다. “나를 생각해 주세요”라고.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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