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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 |
2026년 새해 벽두,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새벽 2시, 수도 카라카스 상공을 뒤덮은 폭격기, 군사기지에 쏟아진 정밀 타격, 그리고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영부인의 체포. 이는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미국이 실제로 실행한 군사·정보 복합 작전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히 ‘마약과의 전쟁’ 혹은 ‘독재자 제거’로만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는 21세기 국제질서가 다시 어디로 회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다. 민주주의와 인권,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언어 뒤편에서, 자원이 다시 제국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음을 드러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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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델타포스가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을 체포했다, 이미지출처=유투브채널 스마트 경제학 |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다. 특히 중질유는 미국 정유 인프라와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미국의 ‘뒷마당’에 해당한다. 동시에 이 나라는 중국에 약 600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그 상당 부분을 석유로 상환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나라가 단순한 산유국이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교차점임을 의미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베네수엘라는 공급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북미 에너지 네트워크도 공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가 중요한 이유는 통제다.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에너지를 시장에 풀거나 잠글 수 있는가? 이것이 오늘날 권력의 핵심 질문이다. 석유는 더 이상 연료가 아니라, 가격·환율·제재·동맹을 동시에 움직이는 지정학적 지렛대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공식 명분은 ‘나르코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마두로가 마약 카르텔과 결탁했고, 이를 미국을 겨냥한 ‘비대칭 공격’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명분은 하나의 문장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베네수엘라 석유의 재편, 중국의 영향력 차단, 그리고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 질서를 재확인하려는 전략적 목표가 놓여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공급선 다변화를 생존 문제로 간주해 왔고, 러시아는 에너지를 국가 재정과 외교력의 핵심 축으로 활용해 왔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영향력 상실은 이들에게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장기 전략의 구조적 균열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사건은 베네수엘라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다음 무대를 예고하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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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유투브채널 스마트 경제학 |
여기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다시 자원전쟁의 시대로 들어가는가. 과거의 자원전쟁이 군함과 점령, 식민지의 형태를 띠었다면, 오늘의 자원전쟁은 금융, 제재, 법률, 투자, 기술, 그리고 ‘질서’라는 언어를 통해 진행된다.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전쟁은 이미 시작된다. 한 국가를 ‘불안정’으로 규정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공급망을 재편하는 순간 승패는 상당 부분 결정된다.
미국은 서반구에서의 지배를 재확인하려 하고, 중국은 글로벌 남반구와 유라시아를 통해 대응하려 하며, 러시아는 에너지와 군사력을 결합해 영향권을 유지하려 한다. 이는 이념의 전쟁이 아니라 자원의 배치와 통제를 둘러싼 경쟁이다. 탈세계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원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재세계화’, 새로운 블록화의 과정에 가깝다.
문제는 그 비용이 어디로 전가되는가다. 역사적으로 자원전쟁의 대가는 언제나 해당 국가의 국민과 주변 지역이 치러왔다. 베네수엘라의 미래가 민주적 회복과 번영으로 이어질지, 혹은 또 다른 종속 구조로 귀결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원이 다시 제국의 언어로 호출되는 세계에서, 주권은 점점 조건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단지 한 나라의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 국제질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고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경쟁은 관리 가능한 패권 경쟁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자원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 즉 새로운 형태의 자원전쟁으로 굳어질 것인가.
답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러나 질문을 외면하는 순간, 역사는 늘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되돌아왔다.
자원은 침묵하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다시 그 언어를 듣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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