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단군세기>에는 특이한 썰물(조수 간만) 현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사서 모두 제29세 단군 마휴 9년, 즉 기원전 935년에 “남해(南海)의 조수가 3척이나 물러났다(南海潮水退三尺)”는 큰 썰물 기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군조선 시대에 바닷물이 평소보다 3척(약 90cm 내외)이나 후퇴한 극심한 간조 현상이 있었다는 뜻으로, 고대 기록에 드문 자연현상 기술입니다. 이 오행성 결집(다섯 행성의 정렬) 기록과 함께 등장하는 천문 관련 기록으로 특히 주목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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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세 마휴 단군 시절에 있었던 신비한 사건이다 |
천문 시뮬레이션을 통한 조석력 분석
썰물과 밀물과 같은 조수간만 현상은 달과 해의 중력(조석력) 작용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러한 기록의 진위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분석이 필요합니다. 서울대 천문학과 박창범 교수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해당 기록의 과학적 근거를 조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원전 935년을 중심으로 앞뒤 200년간 매년 달과 해가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의 세기를 계산하여, 당시 실제로 큰 조수 변화가 있었는지 모의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기록된 해로부터 4년 후인 기원전 931년 11월 22일경에 해당 기간 중 가장 강력한 조석력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달과 해가 지구 양쪽에서 일직선을 이룰 때 조석 인력이 극대화되어 조수간만 차이가 커지는 모습 (대조, spring tide). 반대로 직각을 이룰 때는 소조(neap tide)로 조차가 약해집니다.
박 교수 팀은 비록 고문헌의 기록 연도(BC 935년)와 최강 조석력이 발생한 시점(BC 931년)에 4년 차이가 있지만, 이는 고대 연대 기록상의 오차로 볼 수 있는 수준이며 천문학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부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박 교수의 연구에서는 다른 천문현상 기록(일식)에서도 동일하게 4년 차 오차 사례가 두 건 발견되는데, 이는 고대 기록 연도가 약간씩 어긋났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중요한 점은, 200년이라는 긴 기간을 통틀어 가장 강한 조석 현상이 기록된 해를 기준으로 불과 수 년 차이로 인접해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해당 기록이 실제 관측된 자연현상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기록의 진위와 환단고기 사서의 신뢰성
박창범 교수팀은 이러한 천문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단군세기의 썰물 기록이 후대에 임의로 삽입되었을 확률은 불과 0.04%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다시 말해 현대의 누군가가 꾸며서 넣었다면 실제 천문현상과 우연히 들어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이 기록은 중국의 역사서에 남아있던 정보를 표절해 넣은 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중국 측 최초의 조석/일식 기록은 주나라 BC 776년에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고조선 시대인 BC 935년의 천문현상을 당시 기준으로 아는 것은 오직 관측을 통해서만 가능했고, 20세기 이전에는 컴퓨터로 과거 천문현상을 역산하는 일도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환단고기 속 이 기록은 고대에 실제로 관측된 자연현상의 기억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창범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통해 환단고기와 단군세기 등의 사서가 “전적으로 후대에 날조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은 단군조선 당시의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현전 본문에 후대의 가필이나 윤색이 섞여 있을 수는 있으나, 오행성 결집이나 큰 썰물 같은 기록은 당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반영한 진본(眞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단군세기의 BC 935년 남해 썰물 기록은 현대 천문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자연현상의 반영임이 유력하게 뒷받침되었고, 이를 환단고기 등 논쟁 많은 사서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섣불리 이러한 기록들을 무시하기보다는, 사실과 부합하는 부분은 인정하고 연구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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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화 전문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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