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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2월 2일, 자연과 인간의 존엄을 묻다
2월 2일, 자연과 인간의 존엄을 묻다

2월 2일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명의 방향을 동시에 되묻게 하는 날로 역사에 남아 있다. 2026년 2월 2일, 음력으로는 12월 15일 정미에 해당하는 이 날은 국제사회가 정한 ‘세계습지의 날’이자, 시인 오규원이 세상을 떠난 날이며,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정치·사상·문화·과학의 중요한 전환이 겹쳐진 날이다.

세계습지의 날은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람사르협약’에서 비롯됐다. 이 협약은 간조 시 수심 6미터를 넘지 않는 늪과 못, 갯벌과 하구 등 습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환경 협약이다.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자 생태계의 완충지대인 습지를 보호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도 없다는 문제의식이 그 출발점이었다. 이후 1997년, 이 날을 공식적인 ‘세계습지의 날’로 정하며 국제적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1997년 7월 람사르협약이 발효된 이후, 대암산 용늪과 창녕 우포늪, 순천만 갯벌, 제주 물영아리 오름, 신안 장도 습지 등 총 19곳을 람사르습지로 등록했다. 특히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는 한국이 생태 외교의 한 축으로 국제 무대에 올라선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날은 또한 ‘별의 시인’ 오규원이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그는 “별을 낳는 것은 밤만이 아니다. 우리의 가슴에도 별이 뜬다”고 노래하며, 사랑과 꿈, 인간 내면의 반짝임을 끝까지 붙들었던 시인이었다. 제자의 손바닥에 남긴 절명시 “한적한 오후다 / 불타는 오후다 /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 나는 나무속에서 자 본다”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마지막 사유처럼 읽힌다. 세계습지의 날과 오규원의 기일이 겹치는 2월 2일은,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곧 인간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의 결은 이날 유난히 굵었다. 1895년 조선에서는 독립문 건립을 위해 중국 사대의 상징이던 영은문이 철거되며 근대 자주국가로의 의지가 공간적으로 드러났다. 1943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독일군의 패배로 끝나며, 전쟁의 흐름이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분단과 냉전의 역사도 2월 2일과 깊이 맞닿아 있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이후 미국과 북한은 판문점에서 비밀 협상을 시작했고, 이는 이후 한반도 안보 질서의 긴장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았다. 1979년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철회되며 동북아 안보 구도가 다시 고정됐다.

문화와 사상의 역사 또한 이 날을 비켜가지 않았다. 1957년 한국시인협회가 창립되며 전후 한국 문학의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고, 1970년에는 철저한 평화주의자이자 사상가였던 버트런드 러셀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자신의 삶을 이끌었다고 말하며, 20세기 지성의 양심으로 기억된다.

최근의 역사에서도 2월 2일은 현재진행형의 질문을 던진다. 2018년 충남도의회는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가 사회적 논란 끝에 다시 제정했고, 이후에도 인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2020년에는 영화 ‘기생충’이 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켰고, 같은 해 소말리아에서는 메뚜기 떼 확산으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며 기후 위기가 현실의 재난으로 다가왔음을 보여주었다.

자연을 지키는 국제 협약에서부터 시인의 별, 전쟁의 종결과 인권의 논쟁까지. 2월 2일은 인간이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포기해왔는지를 되묻는 날이다. 습지처럼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공간을 지켜내지 못하면, 가슴 속 별 또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 하루의 역사 속에 겹겹이 새겨져 있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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