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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2월 13일, 세계 라디오의 날
2월 13일, 세계 라디오의 날 등

2026년 2월 13일, 음력 12월 26일 무오(戊午)일이자 세계 라디오의 날을 맞은 오늘, 인류의 기억 속에 남은 굵직한 역사적 장면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전쟁과 혁명, 예술과 과학, 그리고 인권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2월 13일은 수많은 의미를 새겨왔다.

무엇보다 이날은 ‘세계 라디오의 날(World Radio Day)’이다. 1946년 2월 13일 유엔이 유엔 라디오를 설립한 것을 기념해, 2012년 유네스코가 공식 지정했다. 라디오는 재난과 전쟁,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가장 신속하고 접근성 높은 매체로 기능하며 국제협력과 정보 공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공동체를 잇는 목소리의 매체로서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은 또한 시인 김남주가 1994년 48세로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그는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라고 노래하며 억압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연대를 강조했다. 같은 날인 1967년에는 시인 유치환이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그의 시 「동백꽃」은 청춘과 희생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며 한국 현대시의 한 축을 형성했다.

고대와 중세의 기록도 이날에 남아 있다. 787년,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혜초 스님이 입적했다. 이 불교 기행문은 1908년 프랑스 동양학자 폴 펠리오가 중국 둔황에서 발견했으며,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고려 충렬왕 34년인 1308년에는 예문춘추관이 설치되어 사관 제도가 정비됐고, 1403년 조선 태종 때는 주자소가 설치되어 구리 활자 ‘계미자’ 10만 자가 주조됐다. 1451년 문종 대에는 군기감이 설치되어 화차가 제작되며 군사기술의 진전을 보였다.

근현대사에서도 2월 13일은 굵직한 분기점으로 기록된다. 1961년 창간된 민족일보는 중립화 평화통일론을 내세웠으나 5·16 이후 강제 폐간됐고, 사장 조용수는 간첩 혐의로 사형당했다. 1971년에는 재일동포 19만 명이 일본 정부로부터 영주권을 취득했다. 1992년에는 한일학술조사단이 대마도에 ‘조선통신사의 비’를 세워 역사적 교류를 기념했다.

국제 정세 속에서도 이날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1689년 영국 의회는 권리장전을 채택해 입헌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 1867년에는 메이지 천황이 즉위하며 일본 근대화의 막이 올랐다. 1913년 제13대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독립을 선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도 이날에 새겨졌다. 1945년 2월 13일 밤, 영국과 미국 공군은 독일의 문화도시 드레스덴을 대규모 공습했다. 이틀간 8,000톤에 달하는 폭탄이 투하되며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얼마나 죽었던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공동묘지의 비문은 전쟁의 참혹함을 증언한다.

냉전기의 격랑도 이어졌다. 1960년 프랑스는 사하라 사막에서 첫 원자폭탄 실험을 감행했고, 1974년 소련은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을 국외 추방했다. 2007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6자회담에서는 ‘2·13 합의’가 도출되어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복귀가 논의됐다. 그러나 2017년에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되며 한반도 정세에 충격을 던졌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날은 깊은 흔적을 남겼다. 1883년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니벨룽의 반지』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으로 음악극의 혁신을 이끌었다. 2023년에는 만화 『은하철도 999』로 잘 알려진 마쓰모토 레이지가 별세했다.

최근 역사로 오면, 2020년 호주 정부는 6개월 넘게 이어진 대형 산불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우리나라 면적의 2배가 넘는 땅이 불타고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된 재난은 기후위기의 경고로 남았다. 2022년 스위스에서는 동물실험 전면 금지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었고, 한국 대법원은 독서실 남녀혼석금지조례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과학기술의 명암도 엇갈렸다. 2004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보도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연구 조작 논란이 불거지며 과학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2000년에는 이봉주가 도쿄 마라톤에서 한국 최고 기록을 세우며 국민적 환호를 받았다.

이처럼 2월 13일은 전쟁과 평화, 억압과 자유, 창조와 파괴가 교차한 날이다. 라디오 전파가 국경을 넘어 목소리를 전하듯, 역사의 기억 역시 시간을 넘어 오늘을 비춘다. 김남주의 시구처럼,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는 믿음이야말로 격동의 역사를 건너온 인류가 붙잡아온 희망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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