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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7일, 전통과 격동의 세계가 만나다 |
2026년 2월 17일은 음력 정월 초하루로,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시인 조남명의 「설날 아침에」가 전하듯, 설은 단순히 시간이 바뀌는 날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과 소망을 품고 삶을 다짐하는 날로 받아들여져 왔다.
우리 전통 속 설날 풍속 역시 새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빈부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새 옷을 마련해 입는 설빔, 한 해의 운세를 점치는 신수점과 윷점,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안택과 농악대가 집집마다 찾아가 복을 기원하는 메구 풍습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설날 아침 복조리를 걸어 만복을 기원하는 풍습도 전해 내려온다. 이날은 첫 개날(상술일)이기도 해, 개에게 따뜻한 먹이를 주며 생명 존중과 질병 예방의 의미를 담는 풍속도 이어져 왔다.
올해 병오년에는 돼지·토끼·양 띠가 삼재에 해당한다는 민간 신앙도 전해지지만, 이러한 믿음 역시 한 해를 조심하고 성찰하라는 삶의 지혜로 해석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도 2월 17일은 다양한 사건이 기록된 날이다. 1876년 조선 후기 위정척사 사상가 최익현이 강화도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척사소를 올리며 외세 침략에 맞선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사에서는 1960년 김포공항 청사가 준공되며 항공 교통의 기반이 확충됐고, 1988년 남극 과학기지인 세종과학기지가 완공되면서 대한민국의 극지 연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사회적으로는 2014년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대학 신입생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해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2017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 혐의로 구속되며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화 분야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2022년 미국 배우조합상(SAG)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을 높였다.
세계사적으로도 2월 17일은 의미 있는 날이다. 1600년 사상가 지오다노 브루노가 지동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화형을 당하며 종교 권력과 사상의 충돌을 상징하는 사건이 남았다. 1827년 교육사상가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가 세상을 떠났으며, 1979년에는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하면서 중월전쟁이 발발했다.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도 이날이다.
설날은 개인에게는 새로운 다짐의 날이지만, 역사 속에서는 수많은 사건과 변화가 겹쳐진 시간의 한 지점이기도 하다. 가족이 모여 떡국을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오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역사적 순간들을 돌아보는 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새해 첫날을 맞아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고 더 넓은 세상까지 축복을 전하라는 시의 구절처럼, 2026년의 시작 또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인류 모두에게 희망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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