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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2월 18일, 비극과 전환, 그리고 기억
2월 18일, 비극과 전환, 그리고 기억

2월 18일은 한국과 세계 역사 속에서 정치적 전환, 문화적 성취, 과학적 발견, 그리고 비극적 사건들이 교차하는 날로 기록돼 있다. 전통적으로 이날은 음력 기준 ‘첫돼지날(상해일)’로 여겨져, 피부를 문지르면 희어진다는 민간 풍속이 전해 내려온다. 또한 “날마다 같은 날,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선(禪)의 가르침처럼, 인간의 변화와 깨달음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한국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 가운데 하나는 1389년 고려 창왕 원년에 단행된 대마도 정벌이다. 왜구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된 이 원정은 고려 말 대외정책의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조선시대에는 『동국여지승람』 편찬에 참여한 문신 강희맹이 1488년 세상을 떠났으며, 그는 『금양잡록』 등 농업과 생활문화를 기록한 저술로도 유명하다.

근대에 들어서는 문화와 사회 변화의 흔적이 뚜렷하다. 1910년 서울 을지로 일대에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경성고등연예관이 개관하면서 영화 대중문화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1955년에는 기업가이자 교육가인 김성수 전 부통령이 별세했으며, 그의 친일 논란은 사후에도 역사적 평가 논쟁을 불러왔다.

군사정권 시기 정치적 변곡점도 이날과 맞닿아 있다. 1963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민정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2·18 성명’은 이후 권력구조 변화의 전조가 됐다. 1987년에는 민주화 흐름 속에서 여성운동 단체 연합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출범해 시민사회 발전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2월 18일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참사 가운데 하나가 발생한 날이기도 하다. 2003년 대구에서 발생한 지하철 방화 사건은 192명의 사망자를 낳으며 도시 안전과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였다. 이어 2020년에는 대구 지역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교회 신도의 코로나19 확진이 확인되면서 한국 내 첫 대규모 팬데믹 확산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문화 분야에서는 2017년 배우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높였다.

세계사에서도 2월 18일은 거대한 인물들의 삶과 죽음이 교차한 날이다. 1546년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가 세상을 떠났고, 1564년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가 생을 마감했다. 과학 분야에서는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하며 태양계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이후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 결정으로 행성 지위를 잃었지만, 인류 우주 탐사의 상징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핵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1967년 세상을 떠난 것도 이날이다. 그는 원자폭탄 개발 이후 핵무기 확산 반대 운동에 나서며 과학자의 윤리 문제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 밖에도 1405년 중앙아시아의 정복자 티무르가 원정 중 사망했고, 2020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당선이 발표되는 등 정치적 사건도 이어졌다.

역사는 특정한 날을 반복하지만, 그날의 의미는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바뀌면 새해가 된다”는 말처럼, 2월 18일은 과거의 기억을 넘어 미래를 성찰하게 하는 날짜로 남아 있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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