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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9일, 봄의 문턱에서 돌아본 역사 |
2월 19일은 절기상 우수(雨水)와 맞물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로 여겨진다. “우수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처럼 얼음이 녹고 생명이 깨어나는 시기이자, 역사적으로도 정치·사회·문화의 변곡점이 이어진 날로 기록돼 있다.
이날은 음력으로 첫 쥐날(상자일)에 해당해 예로부터 농경사회에서는 쥐를 몰아내기 위한 풍습이 이어졌다. 들판 두렁에 불을 놓는 쥐불놀이와 밤중에 방아를 찧는 풍속은 풍년을 기원하는 공동체 의예 의식이었다. 이러한 세시풍속은 계절의 변화와 인간 삶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사에서는 권력과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극적으로 전개된 사건들이 이날과 맞닿아 있다. 1136년, 고려 시대 승려 정치가 묘청이 서경 천도를 주장하며 일으킨 난이 결국 진압되면서 개경 중심의 보수적 질서가 유지됐다. 이는 이후 고려 정치 이념이 유교 중심으로 기울어지는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평가된다. 또한 1862년에는 삼정의 문란과 수탈에 항거한 진주 민란이 발생해 전국 농민 봉기의 도화선이 됐다.
근대 경제사에서도 의미 있는 사건이 이어졌다. 1900년 김종한 등이 자본금 20만원으로 한성은행을 설립했는데, 이는 훗날 조흥은행을 거쳐 오늘날 금융기관의 뿌리 가운데 하나로 이어졌다. 현대사에서는 1960년 한·미 투자보장협정 체결, 1977년 증권감독원 개원, 1981년 행정수도 건설계획 백지화 결정 등이 국가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에 남을 순간이 있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김윤만이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같은 해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가 발효되며 한반도 관계 개선의 기대가 높아졌다.
사법·정치 분야에서도 굵직한 사건이 이어졌다. 2020년 서울고등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형을 선고하며 다스 실소유주가 본인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사법 책임 문제를 다시 부각시킨 판결로 평가된다.
세계사적으로도 2월 19일은 기술과 사상의 발전을 보여주는 날이다. 1878년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축음기 특허를 취득하면서 인류는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에는 태평양 전쟁 최대 격전 가운데 하나인 이오지마 전투가 시작돼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남겼다.
문화·사상계에서는 세계적인 지성들의 별세 소식이 남아 있다. 195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가 세상을 떠났고, 2016년에는 『장미의 이름』의 저자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가 별세했다. 같은 해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넬 하퍼 리도 타계하며 세계 문학계에 큰 슬픔을 남겼다.
정치사에서는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적 지도자 덩샤오핑이 1997년 세상을 떠나며 한 시대의 막이 내렸다. 패션계에서는 샤넬의 전설적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2019년 별세해 세계 패션계의 거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에는 문화산업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 이어졌다. 2025년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 2가 개봉 3주 만에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절의 전환점인 우수처럼, 2월 19일은 역사 속에서도 변화와 전환의 상징적인 순간들이 이어져 온 날이다. 겨울의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이 되듯, 인간 사회 역시 갈등과 혁신을 거치며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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