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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녹고 봄기운 깨어난다… 절기 ‘우수’,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다 |
24절기의 시작인 동지(冬至)로부터 다섯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가 찾아오면서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수는 보통 양력 2월 19일 전후에 해당하며, 태양의 황경이 330도에 도달하는 시점이다. 이름 그대로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뜻을 지니며, 동지 이후 이어져 온 혹독한 한기가 점차 물러가고 대지가 깨어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은 절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강과 호수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나무에는 수액이 오르며 초목의 새싹이 움트는 등 자연 곳곳에서 봄의 징후가 나타난다. 농경사회에서는 우수를 본격적인 영농 준비의 출발점으로 삼아 장을 담그고 논밭 두렁을 정비하는 등 한 해 농사의 기초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봄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우수 무렵에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다는 뜻의 ‘꽃샘추위’가 찾아오기도 한다. 한자어로 화투연(花妬姸)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따뜻해진 날씨 속에 강한 찬 공기가 유입되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다. “꽃샘, 잎샘 추위에 반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은 환절기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옛사람들의 생활 지혜를 보여준다.
기상청 관측에서도 우수 무렵에는 한파 특보와 강풍, 건조 특보가 동시에 발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산간 지역에서는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나타나는 등 입춘 이후 찾아온 한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계절 전환기에 나타나는 대기 순환 변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설명하면서도, 일교차가 커지는 만큼 보온과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수는 단순한 계절 구분을 넘어 문화적 의미도 지닌다. 이 시기에는 “꽃샘 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절기 인사를 나누며 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풍습도 전해 내려온다. 자연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삶의 리듬을 맞춰온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문화라 할 수 있다.
기후 변화 시대를 맞은 오늘날에도 절기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절기가 과거 농경사회에서만 중요한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물이 생명을 깨우는 우수는 결국 자연 순환의 본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서도 봄의 기운이 스며드는 지금, 우수는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라는 자연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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